난 틈 사이의 존재다.
마트 직원의 친절함에 감탄을 하고 흐뭇해하다가도 주차장에 선을 물고 댄 차에 대해서 온갖 짜증을 낸다.
기후위기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페트병의 라벨 뜯는 것을 무시하고 종이빨대의 촉감이 구리다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다.
잘못된 여성 상품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워터밤 권은비 사진에 마른침을 삼킨다.
습관적으로 욕설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옆사람과 이야기하다가도 앞에 끼어드는 차를 향해 욕설을 날린다.
사랑의 순수함과 애틋함에 대해 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만, 홀로 있는 방에서 AV는 일본이 최고라며 엄지 척을 날린다.
반지성주의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말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세 줄 요약 읽기를 선호한다.
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을 이야기하며 모임에서는 신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하지만, 로또를 할 때는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를 한다.
거룩과 속됨, 환상과 현실, 고귀함과 비루함 그 틈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나는 틈 사이의 존재다.
르네 마그리트, 인간의 아들, 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