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할까.
마흔이 되어서도 서로 싱글이라면 우리 둘이 사귀자고 했던 말.
스물둘. 바람처럼 농담처럼 던진 너의 말이 아련하게 내 가슴속에 파묻혀있다.
어쩌다 그 말이 나오게 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배를 잡고 웃으면서 내게 던진 그 말은 아직도 서면 태화 뒤편의 거리에 남아있다.
만남의 장소였던 동보서적도 없어지고 자주 가던 샌드위치 집도 없어졌지만 그 말만은 길 잃은 영혼처럼 그곳을 맴돌며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너와 나는 친구였다.
친구라는 편안함이 주는 거리가 혹시 깨어질까 그랬을까 아니면, 서로의 감정이 딱 그 정도였을 뿐이었을까.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진 어느 시점부터는 간혹 너와 내가 연인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쓸모없는 용기가 찾아온다.
스물둘 초가을. 네가 던진 말이 그렇게 흩어질 때 붙들 수 없었음은 바람과 같아서였다.
그러니 나의 말 또한 초가을 바람과 같았으면 한다. 너에게 너무 깊이 닿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내 말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게.
"그래, 그러자. 마흔이 되어서도 서로 싱글이면."
그래서 가을이 되면, 네 마음 한구석에나마 내 생각이 스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