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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9. 2018

 <37도 2분, 아침> : 자유에 대한 절망적 추구

프랑스의 장 자크 베넥스가 만든 <37도 2분, 아침>(한국에는 베티블루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은 86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 영화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88년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으며 남녀간의 광기어린 사랑을 묘사한 작품이다. 
필립 장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37도 2분, 아침>은 스무 살의 베티(베아트리스 달이 연기했다. 그녀는 처녀작인 이 작품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새로운 현대여성상을 연기하여 단숨에 주목받았다 )와 그녀가 한눈에 반한 남자 조르그(장 위그 앙글라드)의 사랑 이야기다. 


   



작가가 꿈인 조르그는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느껴 바닷가 휴양지의 방갈로 관리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때 베티가 나타난다. 베티 역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다가 주인 남자가 접근해오자 도망쳐온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조르그와 베티의 거친 정사로부터 시작된다. 무려 7분이나 이어지는 이 길고 격정적인 정사신은, 아뿔싸! 한국에 개봉되었을 당시에는 몽땅 잘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정사장면들 역시 하나 같이 가위질당했다. 그러나 이 반복되는 정사장면들은 광기어린 사랑을 주제로 내세우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장면들이었다. 방갈로의 2층 침대 위에서 그들이 쏟아버리는 땀과 거친 교성은 이 두 남녀의 사랑이 어디로 이어질 것인지를 은근히 암시한다.


   



조르그에게 방갈로에 페인트칠을 하라고 주인이 명령하자 베티는 방갈로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버린 다음 이곳을 떠난다.
땅에 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세운 이 방갈로가 서 있는 곳은 그뤼쌍이며, 그뤼쌍은 나르본(프랑스 남서쪽의 지중해에 면한 도시로서 교통의 요충지다) 남쪽의 해안휴양지다. 이 방갈로는 170채 가량이 열을 이루어 서 있으며, 흔히 <방갈로 해변>이라고 불린다. 이 해변은 <37도 2분 아침>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베티는 우연히 수십 권에 달하는조르그의 작가 노트를 밤을 꼬박 새워 읽고 그때부터 조르그가 천재 작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은 파리에 있는 베티의 친구 집에서 기거하기 시작한다. 베티는 자신이 며칠 밤을 새워 타이핑한 조르그의 소설을 각 출판사의 편집자들에게 우송한다. 그러나 작품은 반송되어 오기 일쑤다. 드디어 베티는 출판사 사장을 찾아가 포크로 찌르려하는 등 히스테릭한 일면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극복되지 않는 자신의 한계상황에 매몰되고 만다. 그래도 그녀는 저항한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눈을 후벼내고 앰뷸런스에 실려 입원한다. 그녀를 문병가는 조르그. 그는 여자로 가장하고 병실에 들어가서, 이미 한쪽 눈과 의식을 잃은 베티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고통 없는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작품을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서울의 청량리역 옆의 2본 동시상연 극장에서 보았다. 당시 질풍노도의 시절을 살고 있던 젊은 내게 이 영화 <37도 2분, 아침>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군사정권의 숨조차 쉬기 힘든 억압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던 한국의 한 젊은이에게 이 두 남녀의 사랑은 자유에 대한 절망적인 추구처럼 보였다.
물론 7분이나 되는 영화 첫부분의 정사장면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프랑스에 와서 제대로 된 필름을 보고나서였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37도 2분은 여성 배란기의 체온이라 여성이 임신이 가장 잘 되고 성적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느낀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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