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은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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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게알

내가 얼마나 행복하냐면. 불과 일주일 전까지 100% , 아니 200%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세상에 불만도 없고, 잠을 못 이룰 걱정도, 고민도 없이 배짱 한 번 두둑했다. 형제 많아 든든하고, 아웅다웅 화목하기 그지없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족 덕분이다. 그런데 왜 일주일 전까지라 묻는다면, 글쎄, 행복하다는 오류에 빠져 알아채지 못한 구멍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발견한 탓이다. 아무래도 난 이 행복 사이에 작은 균열을 만들려고 마음을 먹었나 보다. 이렇게 공개적인 글을 쓰는 걸 보면.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사람은 타인이 겪는 중간 정도의 불행을 좋아하고 행복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요. 정말 불행한 사람은 더 싫어요. 그래서 저는 남이 저를 싫어하지 않도록 큰 구멍을 파서 온갖 쓰레기를 땅에 묻고 모르는 체합니다.(<친애하는 미스터 최> 사노요코, 최정호>)


계기는 사노요코의 글귀였다. 오래도록 생각에 빠졌다. '난 이렇게 행복한데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으려나. 혹시 나도 묻어놓은 쓰레기가 있는 건 아닐까.' 그때 머릿속에 휙 지나갔다. 상처가.

어쩌면, 깊은 마음에 담가진, 채 들어 올리지 못한 미움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되는대로 책을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꾸 하지도 않는 지식인이나 커뮤니티에 익명으로라도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사실 꽤 오래됐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이 시간 지나면 다 잊힌다고 하니까, 크면 알게 된다고 하니까, 어른이 되면 이해 못 했던 것도 이해하게 된다고 하니까. 아직도 남아있는 미움과 원망이 쩨쩨하다 비난받을까봐 마음을 숨기고 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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