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은 한데.

2. 나를 아프게 한 것들

by 성게알

불안과 걱정이 많던 시간이 길었다. 인지도 못할 만큼 어느 틈에,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난 또, 태생부터 그런 줄 알았지. 그걸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중학생일 때 부모님 이혼으로 시작됐던 우울증. 사랑해서 미운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도, 친구도, 목숨도 중요한데 그것들로 아파했다. 오랫동안 밀어낸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금방 받아들인 것 같았다. 적당히 하지 왜 그토록 사랑해 버려선. 보지 않고, 닿을 수 없게 멀어지려 애썼다. 그럴수록 괴로웠다. 마음이 생각을 따라주지 않아서. 혼란이 지속되자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그럴 거면 맘껏 좋아하기로 합의를 봤다. 아픔을 준 이들이 아니라 내가 성숙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슬픈 일은 더 아프게, 혼자서 상처를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내는 성향이라는 말도 들었으니.

살아있는 것도 다행이라 여기면 행복해질까. 머리에 각인을 하듯 되뇌었다. 현실은 예전에 비하면 크기만 작을 뿐인 불행 앞에서 '이 정도면 견딜 수 있지'라며 애써 태평하게 굴었다.


나이를 먹으면, 사회에서 어른이라 여기는 그 기준을 넘으면 모든 이들은 과거 따윈 돌아보지 않는 걸까. 정말 다 이해와 용서로 감싸안는 것일까. 아직도 그때 말하지 못한 말들을 뱉어내지 못해 이 졸렬한 마음이 내내 괴롭다. 당신은 내가 아닌데 왜 당신처럼 괜찮을 거라 여기는지. 왜 슬픈 상황을 모두 받아들였으니 이제 더 나아가도 될 거라고 여기는 건지.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터트리지 못한 말들이 점점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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