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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디아워스

그리운 사랑과 연대

by 우엥

사랑 없는 세상에 살게 되어 유감이다.

요즘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노래와 드라마 밖에 없다. 아니다 드라마 밖에 없다. 노래들은 어떻게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일단 멋진춤을 추고 보는게 유행인 것 같다. 노래마저 헛소리다.

도자기 같은 피부를 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팔십이만원짜리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하는 사랑 얘기를 보면서, 저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야 고개를 끄덕이고, 저런 옷을 살 수 없고 저런 피부와 몸매를 가지지 않았다면 사랑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힐난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살게 되어 정말 유감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나보다 나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 연봉 많이 받아서 넓은 아파트에 사는거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데 이보다 좋은 꿈을 당장 떠올릴 수 없는 내가 가장 어처구니가 없다. 저거 안하면 뭐하고 살건데


제발 집값만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오늘 하루 쫄쫄 굶더라도, 일하면서 갖은 싫은 기분을 다 느꼈더라도, 밤에는 등 붙이고 지쳐 쓰러질 곳이 언제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세상에 온통 빈 아파트로 넘치는데, 집 없는 사람들도 넘친다.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이러다 죽겠지

멋지게 지어놓은 콘크리트 아파트는 아무도 살지 않은 채로, 따뜻한 내 집 하나 온전히 가져보지 못한 채로.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아파트를 내 대부분의 인생과 노동을 주고 맞교환 했는걸. 이게 가진건가

이러다 아파트가 안 팔려서 돈을 못 벌 것 같으면 지원금을 몇십만원 주고, 대체 공휴일을 주려나

자본가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끔은 돈을 나눠줘야 하는데, 이제 그만큼도 안되서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 모두가 몰락으로 달음박질 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내가 봐도 사람들이 돈이 너무 없다. 살 수 없고, 팔 수 없는 물건은 자꾸 만들어대고 돈은 안 나눠주고, 저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계획은 대체 뭘까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연애 시장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트럼프도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저 지랄이고, 우리 나라도 갈 수록 극우 성향의 의견들이 많아지고, 이런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아이들이, 약한 사람들이 나는 아주쎄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진짜 강한 사람들은 얼마나 고요하고 얌전한지. 나한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올 까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나쁜말, 강한 방법들을 쓰는 모습들을 보면, 현대 의학으로 정복한 질병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사라진 질병 만큼이나 정신병이 새로 생겨서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질병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던 글이 생각난다.

사랑과 연대가 그립다. 경험해 보지 못 한것도 그리워 할 수 있나

연대와 사랑은 나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흘러야 한다.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연대하는 것은 연대가 아니라 영합이다. 근데 요즘엔 사람들이 너무 약해져서, 영합만을 원한다. 연대를 해보면 알텐데,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죽기 전에 사랑과 연대가 회복된 세상에 잠시라도 살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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