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아빠의 주말 아침 밥상 #8 (24.07.28)
일요일 아침밥상은 입꼬리가 올라갈 만큼 맛있거나 예뻐야 한다.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식탁에 앉았는데 아침 밥상이 실망스럽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
그래서 늘 주말 아침 밥상 메뉴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바게트를 활용한 '예쁜' 아침 밥상을 차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메뉴는 작년 12월 23일 아침 밥상에 올랐던 메뉴다. 그런데 얼마 전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 아내와 딸은 내가 만들었던 아침 밥상 자체를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크리스마스 특별 밥상을 만든다고 내가 며칠 전부터 가족들 정신을 쏙 빼놓았기 때문에 아마도 그 기억에 가려져서 12월 23일 아침 밥상의 기억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것이리라 추측해 본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신메뉴 찾기가 매우 힘들었었는데 말이다.^^
오늘 레시피는 만들기도 매우 간단한데, 차려 놓으면 비주얼만큼은 보장하는 메뉴다.
작년 12월 23일 아침을 생각해 보니 그날은 바게트 빵도 없어서 바게트 대신 치아바타를 구워 만들었었다. 사실 치아바타를 구워서 만들어도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바게트를 구우면 훨씬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오늘 메뉴에 대한 따님의 A+평가도 나름 자신 있었다.
요즘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어서 불 앞에 서기가 영 꺼려지지만 팬 위에 바게트 빵 굽는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바게트를 굽는 팬은 코팅팬보다는 주물팬을 추천한다. 작년 가을 르크루제 브랜드 세일 기간에 70% 세일 가격으로 데려온 빨간색 주물팬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바게트를 올려 천천히 구워준다. 맛있는 냄새가 조금씩 올라올 때쯤, 또 다른 팬에 달걀 2개를 풀어 스크램블을 만들고, 스크램블을 덜어낸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후 새우를 살짝 구워주면 준비는 끝이다.
고소하고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에 노란 스크램블을 예쁘게 올리고 그 위에 구워진 새우를 1개 ~2개 올려 호텔 뷔페에서 만났던 비주얼로 만들어 준 다음, 접시에 예쁘게 담은 뒤 후추와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따님의 평가는 역시 A+, 아내의 평가는 판타스틱이다.
왜 그녀들이 작년 12월 23일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날의 맛도, 평가도 오늘과 비슷했는데 말이다. 그저 나는 그녀들의 기억이 다시 소환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그런데 문득 딸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기억은 이미 소환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묻지 않았다. 세상엔 진실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한 경우가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녀 옆에 그날의 기억이 소환되지 않은 것이 확실한 또 한 명의 여인이 아침을 정말 맛있게 드시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게 행복한 일요일 아침이다.
이번주 주말 아침 밥상 '새우 스크램블 바게트 샌드' (난이도 하)
소요시간 : 15~20분
[재료]
바게트, 냉동 새우, 달걀 2~3개, 후추, 파슬리 약간, 올리브오일, 버터 (선택)
[레시피]
바게트는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굽는다. (주물팬에 천천히 굽는 것 추천)
계란 2~3개를 스크랩블로 준비한다.
새우는 바게트 슬라이스 1조각 당 1~2개 구워서 준비한다. (취향껏 버터 또는 올리브오일 활용)
구워진 바게트 위에 스크램블과 구워진 새우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파슬리와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Tips!]
바게트는 토스터에 굽는 것도 무방하나, 주물팬 등에 올리브유 둘러 굽는 것을 가장 추천 (버터 가능)
새우도 올리브유로 굽는 것을 추천하나 취향에 따라 버터나 식용유도 가능
짠맛을 원하는 경우 스크램블을 만들 때 소금을 추가하거나 또는 마지막에 소금을 뿌리는 것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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