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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Oct 25. 2023

11. 감자 한 박스, 부자가 된 느낌이다

휴직 아빠의 아침밥상 #11(23.06.22) 에그마요 포테이토 미니버거

휴직 D+22일

오늘의 아침밥상 '에그 마요 포테이토 미니 버거'

코스트코에서 감자를 한 박스 사 왔다

아침밥상 시리즈를 SNS에 올리는 일을 한 달 정도 진행하니 뭔가 제대로 된 아침 밥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려면서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자리 잡았다. 

'좀 더 스페셜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집에 있는 재료들이 재료가 너무 평범해'

'좋은 조리도구가 이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조리도구들이 부실한데?'

요즘 요리 유튜브를 하거나 SNS에 요리를 올리는 분들은 나와 같은 생각 외에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고 들 하던데, 나는 과거에 방송 PD로 10년 넘게 영상을 제작했었기에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 알기도 하거니와, 소중한 휴직 기간을 영상제작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고 솔직히 요리 영상을 만들거나 유튜브를 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촬영 장비등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식재료와 조리 도구에 생기는 욕심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상태가 되다 보니,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가거나 백화점에 가면 뭔가 새로운 식재료와, 멋진 조리도구를 찾으며 초집중 모드가 되는 나를 별견하게 되었다.


히 지 만,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평범한 식재료로 맛을 내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라며 나의 쇼핑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나의 아내. 그녀가 없었다면 나의 지름신께서 벌써 수많은 조리기구와 새롭고 신기한 식재료들을 구입하게 하시어 냉장고에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내가 준비하는 것은 화려한 요리가 아니다. 우리 딸에게 줄 아침 밥상이다.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우리 따님은 입도 짧고 먹는 식재료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정신줄을 놓을 뻔한 나를 잡아주시는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번 코스트코 쇼핑에서도 딸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들만 구입해 왔다. 그중 하나가 감자! 감자 한 박스를 사서 팬트리를 채우니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래! 이 감자면 되는 거지!' 그래서 오늘 아침은 감자를 활용한 아침밥상이다. 평범한 식재료지만 정성을 다해 맛있게 만들기로 결심하고, 삶은 계란을 으깬 뒤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려 구운 감자 위에 올려 치즈와 베이컨으로 토핑을 해서 아침 밥상을 만들었다. 

따님의 평가는 A+! 


사실 딸에게 내놓을 때는 깔끔하고 예쁜 밥상이지만, 아침밥상을 차리는 과정은 계속 허둥지둥이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차리는 1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오늘도 감자를 물로 씻고 익혀서 누르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고, 레시피에 쓰여 있는 '삶은 계란을 으깬다'라는 간단한 문장을 수행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리의 순서와 시간 안배인데 조리의 경험이 적다 보니, 나름대로 조리 순서를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정한 뒤 아침밥 만들기에 돌입하지만 효율적인 시간안배에 실패해 막판에는 마치 '냉장고를 부탁해'를 찍는 심정이 되어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내일은 조리시간 안배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더 확실히 하리라 다짐하면서 아침을 먹는다. 그런데 매일 아침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네~"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휴직하면 살을 뺀다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먹는 동안에는 그런 결심의 존재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밥도 그냥 행복하게 참 잘 먹는다.




11번째 아침밥상 : 에그마요 포테이토 미니버거 (난이도 中下)

소요시간 : 약 30분~40분


[재료] 

감자 2개, 계란 4개, 모짜렐라 치즈 2 주먹, 마요네즈 5큰술, 소금, 올리브유 2큰술, 베이컨, 고다(또는 체다) 치즈, 베이컨 1줄


[레시피] 참고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A6wa6m7DbGM

계란은 완숙으로 삶는다 (약 12~15분)

베이컨은 미리 구워 작게 잘라 놓는다.

삶은 계란을 보울에 넣고 으깬 후 마요네즈 5큰술과 모짜렐라 치즈 2 주먹을 넣고 섞는다

감자는 잘 씻어 반으로 자른 뒤 물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 6분 정도 익힌다 (오버쿡 되지 않게)

익힌 감짜를 올린 뒤 무거운 것으로 누른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누른 감자를 앞 뒤로 노릇하게 구우면서 소금을 살짝 추가한다.

감자가 익으면 만들어 놓은 에그마요를 감자 위에 올리고 베이컨과 고다치즈를 올려 마무리한다.


[Tips]

양파를 좋아하면 유튜브 레시피처럼 양파 추가 가능. 따님의 취향상 제외하고 조리함

껍질을 다 깎으면 감자가 구워지면서 흩어질 수 있으므로 껍질을 까지 않고 조리하는 것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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