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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Oct 25. 2023

12. 치아바타의 매력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12 (23.06.23) 

휴직 D+23일

오늘의 아침 밥상 '브리치즈 프루츠 치아바타 오픈 샌드'

휴직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여유 있는 산책이다.

아침을 해서 딸을 등교시킨 뒤, 아내와 산책을 나가는 경우가 있다. 세상은 바삐 돌아가는데 나는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다 보면 세상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 느낌이 아주 좋을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다. 어제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예쁘게 생긴 과일가게를 발견하고 오렌지 몇 개를 사 왔다. 가게도 예쁘고 장사하는 청년들도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가게가 예쁘고 청년들이 친절해서 오렌지를 구입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코스트코에서 구입해 온 치아바타 빵에 올려서 오픈 샌드를 만들 요량으로 구입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침 밥상이 가득 차 있으니까.


나는 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결혼 전에는 빵은 그저 가끔 간식으로 먹거나 누군가 사주면 먹는 정도의 먹거리였다. 내 의지로 빵을 사서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내가 빵순이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빵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빵에 푹 빠져든 건 아니다. 어색함에 빵을 거부하기 일쑤였지만,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빵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아내는 한식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결혼생활 17년이 넘게 나는 빵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휴직과 함께 아침 밥상을 준비하면서 나의 주된 아침 준비 식재료는 빵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딸이 빵을 좋아하기도 하거나와, 밥을 중심으로 한 한식 식단보다는 빵을 중심으로 한 식단이 조리하고 준비하는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쁜 테이블 세팅이 되어야 잘 드시는 딸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새롭게 도전한 빵은 치아바타다. 

물론 그동안 치아바타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주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맛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어떻게 만들어 먹는 것이 맛있는 조합인지 알지 못했었다. 보통 치아바타는 통밀가루에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들어 질기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휴직 후에 치아바타를 자주 먹게 되면서 치아바타 만의 매력적인 맛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발뮤다 토스터 레시피에서 마음에 드는 치아바타 샌드위치 메뉴를 발견해 오늘 아침 밥상을 준비했다. 어제 구입한 오렌지와 집에 있던 블루베리를 함께 올리고 브리 치즈를 잘라서 올린 뒤 구워낸 다음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으니 아주 근사한 맛이다. 나 스스로 A+++ 등급을 주고 싶다. 하지만 따님의 주신 등급은 A0, 왜냐하면 따님은 과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블루베리만 얹었다면 점수가 더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돌려서 말하지만 오렌지가 싫었던 것이다. 까다로우신 입맛을 어찌 맞추리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라는 분부이신가? 나름의 숙제를 안고 하루가 시작된다. 




12번째 아침 밥상 : 브리치즈 프루츠 치아바타 오픈 샌드위치 (난이도 下)

소요시간 : 15분 정도


[재료]

치아바타빵, 브리치즈 (또는 까망베르도 가능), 오렌지 1/2개, 블루베리 10~15개, 버터 10g, 메이플 시럽


[레시피]

오렌지를 껍질을 벗겨 반으로 자르고 브리 치즈는 한입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치아바타를 세로로 자르고 버터를 바른다 (취향껏 바르지 않아도 무방, 개인적으로는 안 바른 것에 한 표)

오렌지, 브리치즈, 블루베리를 얹어서 발뮤다 토스터로 굽는다 (치즈토스트 모드, 6분)

다 구워진 위에 메이플 시럽을 살짝 뿌리고 먹는다


[Tips!]

과일과 브리 치즈를 번갈아 가면서 사이사이 올려야 골고루 맛있게 먹을 수 있음

버터를 바르면 좀 더 고소한 맛이 되지만 건강하게 먹는다면 치즈와 메이플로도 충분한 맛임

발뮤다 토스터가 없다면 일반 오븐을 활용해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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