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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Oct 26. 2023

13. 레시피 무시의 결과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13 (23.06.26)

휴직 D+26일

오늘의 아침 밥상 '핫 오픈 샌드위치"

오늘의 메뉴는 망친 메뉴입니다! 딸에게 이실직고하며 시작되는 아침.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딸의 평가는 베리 굿! A+

사실 이럴 때가 가장 당혹스럽다. 

실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실패보다, 더 막막한 상황. 바로 성공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성공이다. 


오늘의 아침 밥상 준비를 복기해 보자!

원래 만들고자 했던 메뉴는 발뮤다 오븐 레시피에서 발견한 '핫 샌드위치'였다. 


※ 실패원인 추정 : 통식빵이 아닌 일반 식빵을 사용함

레시피의 '핫 샌드위치'에 필요한 재료는 통식빵이었다. 통식빵을 세로로 4등분 하고, 그 부분을 3~4cm로 두툼하게 자른 후 각 조각에 칼집을 내고 그 사이에 재료를 넣어 구워내는 방법을 써야 한다. 레시피가 달리 있는 것인가? 이걸 다 무시하고 그냥 일반 슬라이스 식빵 사이사이에 재료를 넣으면 된다고 생각한 건 정말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 성공 마무리 원인 추정 1 : 오븐에서 구워지는 모양을 보고 망침을 인정하고 빠른 메뉴 변경 실시

칼집을 낸 빵들을 세워서 굽는 핫 샌드위치 레시의 그림처럼 슬라이스 식빵들을 세웠으나 결과는 뻔한 일. 모양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지체 없이 오븐에서 꺼내 빵을 눕히고 식빵 위에 재료들을 다시 배열하면서 치즈 토핑을 추가했다. 그러고 나서 일부는 발뮤다 토스터로 옮기고 일부는 오븐에서 구워냈다. 아무래도 발뮤다 토스터가 구워지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 판단했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격언처럼 리스크는 분산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역시 판단대로 오븐과 토스터의 구워지는 속도가 달랐다. 오븐에만 넣고 계속 구웠다면 딸의 등교시간을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 성공 마무리 원인 추정 2 : 재료가 맛있었다. 맛있는 재료가 한가득이니 맛이 없을 리가

맛있는 레시피가 알려준 재료를 빵 위에 놓고 구웠으니 빵 사이에 구우나 크게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나에 대한 칭찬이지만, 그 와중에 참 예쁘게도 모양을 내서 재료를 올렸다. 딸의 취향에 맞았다.


완전 망침이라고 두려워했던 아침 밥상을 성공으로 이끌고, 딸의 등교 후 맛보니 정말 맛있다. 아내에게도 시판용 빵보다 맛있다는 평을 들었다. 뿌듯한 아침이다. 그런데 레시피로 정리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중간에 망친 부분을 레시피로 승화시킬 자신이 없다... 어떻게 정리하지? 뿌듯하면서도 머리가 아픈 아침이다.



13번째 아침 밥상 : 베이컨 살라미 토마토 오픈 핫 샌드위치

소요시간 : 망침 복구 시간 포함 약 40분

[재료] 

식빵, 베이컨, 살라미, 토마토, 올리브오일, 토마토, 바질가루, 후추, 모차렐라 치즈


[레시피]

재료들을 빵에 올리고 220도 오븐에 10분~15분 정도 굽는다.


※ 우연히 만들어진 메뉴라 레시피가 정확하지 않음

    올리브유의 향이 고급진 맛을 내는 비결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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