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4 (23.06.13)
딸의 식성상 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라면 당연히 A+을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레시피는 사용하고 있는 발뮤다 토스터의 레시피를 참고하면 되니 실패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바로 과신이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딸의 등급은 B0 (B+도 아니고 B0 -.-;;)
B0의 이유로 따님은 양파맛이 강하다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딸이 양파를 싫어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는 왜 양파를 넣었을까? 생각해 보면 나의 자만이자 과욕이었다. 분명히 딸은 양파를 싫어하지만 참치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는 양파가 꼭 필요하다고, 그렇기에 레시피에서도 양파를 썼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레시피와는 다르게 양파를 갈아서 넣었고, 그렇게 갈아 넣은 양파는 과다한 수분을 만들 버렸다. 거기에 미처 제거하지 않은 참치의 기름까지 함께 버무려진 참치 카레 소는 맛있게 구워진 식빵을 눅눅하게 만들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한 입 베어 물을 때마다 국물이 뚝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예상했겠지만 갈아서 넣는다고 양파향이 숨겨질리는 없다. 결국 감정요인 첫 번째가 양파맛이었으니...
실패의 원인을 복기해 본다. 경험의 부재라기보다는 성공을 과신한 탓에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파를 넣기로 했다면 갈지 말고 썰었어야 했다. 딸을 의식했다면 물에 담가 양파향을 줄이고 정 싫다면 빼내고 먹을 수 있게 조금 크게 썰었어야 했다. 딸이 골라내게 하지 못하겠다는 고집을 부린 것이 문제였다. 항상 먹을 사람의 입장에서, user 입장에서 생각해야 함은 회사생활 25년 동안 항상 최우선 고려사항 아니었던가? 그리고 참치에서 기름을 제거 해야 한다는 것 역시 취식의 과정을 꼼꼼히 상상해 봤다면 당연히 생각해 낼 수 있는 포인트였다. 또한 조리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많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감지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다.
음식을 만들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자꾸 업무상황과 연결하는 나를 발견한다. 직장인 25년 차의 직업병일까? 이렇게 여러 가지 교훈과 함께 4번째 아침밥상이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망친 것은 아니다. 예상만큼은 아니자만 참치와 카레의 조합이 주는 맛은 여전히 좋다. 내 입맛에는 최고다. 사실 나는 뭐든 잘 먹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내의 평가는 오늘도 A+이기 때문이다.
[간단 요약 레시피]
참치와 카레 양파 마요네즈 올리브유 함께 섞은 뒤
소금 후추간 해서 치즈 얹은 식빵에 위 재료 올려 토스터로 구우면 완성!
[재료]
식빵 4장, 참치 100g, 양파 1/4개, 슬라이스치즈 2장
카레 1/2~1큰술, 올리브유 1큰술, 마요네즈 4~5큰술
[레시피]
1. 참치는 체에 올려 기름을 제거한다
2. 양파는 잘게 썰어서 준비한다 (양파향이 강한 게 싫은 경우 물에 담가 씻는 과정 추가)
3. 참치와 양파, 카레를 믹싱 보울에 넣고 올리브유, 마요네즈까지 넣고 섞는다. 후추와 소금은 취향껏 넣는다
(카레의 간이 있으므로 소금은 넣지 않는 것도 무방. 취향껏 조리 필요)
4. 식빵에 슬라이스 치즈를 얹고 위에 3번의 준비된 소를 얹는다
5. 한 장을 위에 더 덮어 발뮤다 토스터에서 3분 구워낸다
6. 먹기 좋게 4등분 한 뒤 예쁘게 담아낸다.
7. 샐러드로 아보카도나 방울토마토와 그린채소 등을 곁들인다
* 발뮤다 토스터는 내 돈 내산이며 저는 발뮤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발뮤다 홈페이지 레시피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