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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Oct 22. 2023

6. 아침에 고기 안될 이유 있나?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6(23.06.15)

휴직 D+15일

오늘의 아침 밥상 - '하와이안 포크 꼬치'


아침밥상에 고기가 안 될 이유 있나?

사용하고 있는 발뮤다 오븐의 레시피를 보고 그 비주얼에 반한 나는 아침밥상에 '하와이안 포크 꼬치'를 올리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이름도 멋지지 않은가? 이제 곧 여름인데 하와이 감성으로 한번 만들어보리라 결심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갈지는 사실 짐작하지 못했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체크하고 모자란 재료들을 마트에서 공수하면서 레시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슬쩍 봤을 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공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 이거 아침에 1시간 내로 만들 수 있을까? 레시피에 적힌 조리시간이 40분이면 내 실력으로는 1시간 30분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딸과 아내에게 이미 맛난 돼지고기 꼬치를 해주겠노라 공표를 해버린 상황이라 물러나기도 뻘쭘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우선 아침이 조리 소요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꼬치 작업을 밥에 해 놓기로 했다. 이런 나를 보고 있던 아내까지 거들어 결국 달밤에 꼬치를 끼면서 부부애(?)를 다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레시피 대로 만들고자 하는 고지식한 남편과 이런 건 대충대충 끼워도 된다는 조리경력 17년 차 아내의 사소한 트러블 후에 꼬치가 완성되었고, 하룻밤 냉장고에서 잠을 잔 재료들은 아침에 오븐 속에서 아름다운 자태가 되어 밥상에 올랐다.


따님의 평가는 가혹했다

너무나도 뿌듯한 비주얼과 향으로 한껏 고무된 나에게 따님이 내려주신 평가는 B0. 

'아니 이렇게 맛있는데, B0 라니?' 

충격적인 평가에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도 고객의 입맛을 정확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딸은 고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에 고기밥상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재료들이었다. 딸이 싫어하는 식재료인 양파와 야채가 가득한 꼬치에서 고기만 골라내서 먹는 행위가 딸에게는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큼지막한 재료니까 싫어하는 것은 빼고 좋아하는 고기만 먹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아빠의 판단은 완전한 실수였다. 달갑지 않은 밥상 앞에 앉았을 딸의 입장을 생각하나 user 중심 사고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당연히 야채도 먹어야지... 편식하면 안 돼!'

이렇게 말하고 싶은 꼰대력을 참고 웃음을 보이며 꼬치들에서 고기만 재빠르게 뽑아서 딸에게 주면서 하나만 더 먹고 가라고 요청드리는(?) 것으로 아침밥상이 마무리된다. 참으로 훈훈한 아침밥상이다. 그래도 고기로 든든히 먹고 가는 딸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딸바보 아빠라서일까? 그나저나 한가득 남은 꼬치는 결국 다 내 차지다. 아내는 아침에 고기냄새나는 음식을 절대 먹지 않는다. 배가 많이 부른 휴직 15일 차다.




여섯 번째 아침 밥상 : 하와이안 포크꼬치 (난이도 中下)

소요시간 : 초보는 꼬치 끼우는 것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됨 (50분~ 1시간 10분)


[재료]

나무꼬치 6개, 돼지고기(목살) 300g,  파인애플 120g, 양파 1/4개, 베이컨 6장, 양송이 6개, 올리브 오일 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파마산치즈 가루 1큰술


[레시피]

오븐을 230도로 예열한다 (예열시간 약 10분)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약 18조각 정도)

양파는 한 입크기로 썰고, 파인애플은 약 2cm 두께로 자른다. 그리고 베이컨은 돌돌 말아 준비한다

양파, 돼지고기, 파인애플, 되지고기, 양송이, 베이컨, 파인애플, 돼지고기 순서로 끼운다

올리브오일로 재료들을 코팅하고 후추와 파마산치즈가루를 뿌린다.

오븐에서 50분~1시간 10분 정도 구워준다.


Point

꼬치를 꽂을 때 순서는 발뮤다 레시피에서 찾은 고기향과 야채의 과집이 서로 질 스며들게 하기 위한 최적의 순서라고 함. 이 부분에서 아내와 티격태격하게 됨 ^^

돼지고기의 경우 고깃결대로 수직으로 꽂아야 구워졌을 때 단단히 고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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