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브런치 활동명 바꿔야 하나?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근 3년. 별다른 목적성이나 계획성 없이 글을 써왔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가 그냥 내 이름으로 뭐라도 써보고 싶어서이기도 했고. 어차피 길고 노잼인 글밖에 쓸 줄 몰라서, 내 글에 어떤 반향이 있을 거란 생각도 안 해봤다. 세 줄 요약 안 해주면 욕먹는 요즘 세상 아닌가. 내 글은 그런 트렌드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딱히 메인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메인에 에디터 픽이라고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글쎄 무슨 기준으로 이런 걸 뽑은 거지? 싶은 글이 훨씬 많아서다. 그저 얼마 안 되는 구독 작가님들 글 읽고 댓글이나 열심히 달면서, 고립적인 브런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 뽑힌 글이 정말 의외다. 오펜하이머를 리뷰한 <시간, 사건, 감정의 다층성이 만든 서사의 폭발력>이라는 글이다. 다음 영화 코너에 실렸다. 바로 이렇게.
자고로 메인행 글의 키워드는 이혼, 외국, 퇴직, 요리라고 알고 있다. 실제로 메인에 걸린 주위 작가님들 글들도 대부분 그러했고. 나로서는 평생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주제였다. 메인에 걸리자고 이혼을 하거나 멀쩡한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잖은가. 요리는 애초에 라면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렇게 오늘도 오전 휴가 내고 김동률 글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오펜하이머 리뷰 글이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단다. 읭? 오펜하이머 이제 극장에서 내려갈 때 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뒷심이 꽤 있구나. 몇 시간 뒤 다시 알림이 울렸다. 이번에는 조회수 2,000. 그제야 이게 우연이 아닌 걸 알았다. 어딘가 걸리긴 했구나. 혹시나 해서 다음 메인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급격히 쫄리는 원고 일정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너무 감동스러워서 충동적으로 밤새워 쓴 글이었다. 그랬는데 이렇게 생각도 안 한 상황에서 메인에 걸리다니, 신기하다.
이제 나의 브런치 대표작(?)은 오펜하이머 리뷰 글이 되었다. 영화라고는 1도 모르는 영알못인데 이것도 참 역설적이다. 오펜하이머가 너무 인상 깊어서 브런치 활동명도 오펜하이머로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야 하나? 오펜하이머 덕분에 메인에 걸리는 영광을 다 누려 본다. 브런치 생활 오래 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