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유독 짧다. 길게 드리웠던 여름이 걷히고 있다고 글을 쓴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벌써 공기에서 찬 바람이 느껴진다. 마음의 온도와 잘 맞는 이 날들이 빨리 지나가는 게 아쉽다. 오후에 노트북을 챙기고 한 시간을 걸어서 카페에 갔다. 이렇게 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그 분위기를 좀 더 느껴보고 싶었다. 카페에서는 쓰라는 원고는 안 쓰고 음악만 듣다가 왔다. 내 글의 구독자분들과도 함께 듣고 싶어 올려 본다.
재즈의 고전답게 여러 버전이 있는 곡이다. 그중 경쾌하면서도 울적한, 상반된 느낌의 트렘펫 연주가 살아 있는 이 곡을 좋아한다. 만추에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이 트럼펫의 선율을 타고 춤추는 듯하다.
중학교 때 듣던 ‘오성식의 굿모닝팝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곡이다. 그때도 가을이었다. 가을을 닮은 드라이한 기타 연주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매해 가을마다 찾아 듣는 곡이 되었다.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 원래 히트곡과는 거리가 있는 양반이지만, 그중에서도 덜 알려진 곡. 하지만 가을의 쓸쓸한 정조를 이처럼 잘 표현한 곡도 없다. 제목처럼 짙은 회색빛이 감도는 듯한 가창과 연주다.
한때 세계를 씹어먹었던 아이돌 밴드. 대표곡 <MMMbop>은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였다. 그런데 난 그들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졌던 이 발라드가 유독 좋았다. 밴드의 인기는 금세 수그러들었으나, 이 명곡은 여전히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처연함이란 심상을 노래로 만든다면 딱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와 동갑내기인 이 뮤지션이 쓰는 성숙한 문장이 늘 부럽다. 나는 언제쯤이나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제목이 다 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개한 짙은의 <해바라기>와도 묘하게 통하는 가사다. 무엇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보컬 나인의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
좋아하는 제이팝 뮤지션, 아이묭이 만든 곡이다(아니 이 좋은 노래를 직접 부르지 왜 남을 줘서...). 그녀다운, 귀에 착 감기는 듯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슬픔의 정서가 깔려 있기도 하다. DISH//가 부른 버전 중에서는 The First Take Vers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어쿠스틱 편곡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