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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Oct 14. 2023

지금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LANY(2020), <if this is the last time>

* 이 글은 @세온 작가님의 2023년 10월 13일 글 <아이가 열이 날 때>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입니다.


체감상 육아의 30%는 병원인 듯하다. 내가 40여 년 살면서 병원에 간 횟수보다, 지난 2년간 아이 때문에 간 것이 10배는 더 많다. 특히 대전은 소아과가 부족하기로 유명한 도시다.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마치 전쟁터에 온 것 같다. 예약도 힘들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건 더 힘들다.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돌비 서라운드로 듣노라면, 진심 혼이 나가버리는 느낌이다.

     

딸은 지난달 폐렴으로 1주일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 열흘 전에는 아데노 바이러스 때문에 입원했었다. 퇴원 열흘 만에 다시 입원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멘탈이 바스라졌다. 아이 걱정보다도 회사 때문에 더 그랬다. 나나 아내나 휴가를 더 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전에 입원한 아이를 돌보느라 낸 휴가로 업무가 많이 밀려 있었다. 휴가를 더 쓰면 업무는 펑크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애가 아픈데. 아내와 나는 절반씩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보았다.

     

폐렴이 완치된 뒤에도 병원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축농증이란다. 하긴 이제 감기나 축농증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입원 안 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나마 딸은 또래보다 건강한 편인데도 이렇다. 아내의 조리원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공포가 느껴진다. 어떤 아이는 이번 여름에 수족구, 아데노, 독감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단다. 또 어떤 아이는 입원하는 거 싫다고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을 냅다 쥐어 빼버렸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딸은 선녀 수준이다.

     

문득 나도 어릴 때 이렇게 병원을 자주 갔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여쭤보았다.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억 안 나.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분명한 건 내 생애 최초의 기억(한 6살쯤?)으로부터 지금까지 잔병치레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아마 어머니의 시그니쳐인 설레발 덕분이었을 게다. 극강의 예민보스인 어머니는 온 세상 걱정거리를 다 끌어안고 사는 분이다. 그러니 내가 조금만 이상한 징후만 보여도 득달같이 온갖 조치를 다 했을 것이다. 그 설레발의 현장이 마치 영상 지원되듯 그려진다. 애 키워보면 그제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새삼 그렇게 설레발쳤을 어머니와 꿋꿋하게 병원을 다니는 딸 모두에게 고맙다.

     

오전에 딸과 놀아주면서 음악을 들었다. LANY의 <if this is the last time>이 흘러나왔다. 보컬 폴 클라인이 부모님과의 이별을 상상하면서 쓴 노래다. 마지막 순간에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담히 고백하는 가사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를 소프트한 록사운드가 포근히 감싸 안는다. 그런데 노래를 듣던 딸이 갑자기 말했다. “아빠 이 노래 좋네” 아니 평소 같으면 아빠 노래 끄고 동요 틀어달라고 했을 텐데 웬일이지? 이 녀석이 설마 가사를 이해해서 한 말은 아니겠지?(처... 천잰가...?)


그렇게 해맑게 웃는 딸을 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너와의 마지막 순간이 오겠지. 그때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서 너를 보살펴야 할 거야. 너의 할머니가 아빠에게 그랬던 것처럼. 단지 내가 너의 부모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내겐 그래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 그건 내가 죽었을 때 가장 슬프게 울 사람이 바로 너일 것이기 때문이야.


If this is the last time, please come close
지금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더 가까이 와줘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you know
난 엄마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해, 알지?

I don't wanna cry, I'm bad at goodbye
나 울기 싫은데, 난 이별이 너무 힘들어

If this is the last time
이게 정말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라면

Then let's do the things we always do
그냥 늘 우리 하던 대로 하자

Or maybe we try something brand new
아니면 우리 새로운 걸 해볼까

I don't wanna cry, I'm bad at goodbye
나 정말 울기 싫은데, 그게 잘 안 돼

If this is the last time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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