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4월에는 딥 퍼플의 <April>, 5월에는 비지스의 <First of May>, 7월에는 유라이어 힙의 <July Morning>, 9월에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September>, 11월에는 건스 앤 로지스의 <November Rain>, 12월에는 노라 존스의 <December>… 적어 놓고 보니 엄청 많네. 10월의 마지막에는 이 곡을 안 들을 수 없다.
제목을 직역하면 <10월이 갈 때>다. 하지만 이 명곡을 그런 멋 없는 제목으로 부를 수는 없다. <10월을 떠나보내며>로 의역하면 어떨까. 아마 가수도 (한국어를 안다면) 동의할 거다. 가사에서 “아, 10월이 가는 게 얼마나 싫은지(Oh, How I hate to see October go)”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이 노래는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맘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가을의 마지막을 느낀다. 11월도 가을이라지만 체감상 겨울에 더 가깝다. 이미 인생에서 수십 번 떠나보낸 가을이다. 그래도 보낼 때마다 아쉽다. 물론 내가 가을을 좋아해서 그럴 테다. 온기와 한기가 기분 좋게 공존하는, 산책과 독서와 노천카페가 어울리는 이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짧았던 가을의 화려한 대단원에는 어떤 허무함이 있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불과 며칠 만에 소멸해 버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러고 나면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다. 마치 아니다 싶으면 칼같이 이별을 선언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여자친구 같다. 그래서 내게 가을은 좋아했던 만큼의 허무함을 감당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배리 매닐로우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팝발라드이지만 재즈풍으로 편곡한 이유가 쓸쓸함과 아쉬움을 배가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매년 듣는 노래를 올해도 어김없이 들어본다. 멀리서 다가오는 기나긴 겨울이 조금씩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