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
- 리영희(1977), 「우상과 이성」
제발 신학자들의 독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사회주의 신학은 개인에게 철학적 정체성을 주는 데에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나, 정당의 정체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믿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미신이리라. 경제가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인간들은 점점 더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지금 이 시점에 벌써 먼 훗날을 얘기하는 좌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좌파적 실천을 힘겹게 써넣어 갈 사회라는 이름의 페이지 속에서 탄생할 것이다. 지금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싸움이 눈앞에 있다. 우리는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 진중권(2002), ‘적‧녹‧흑,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필자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는 민중(people)의 광범한 정치참여에 의한 공적 결정과 그 결정을 집행하는, 일련의 규칙 또는 제도를 가지며, 이를 통하여 그것은 정치의 영역에서 민중의 권력으로 표현되고 사회의 영역에서 민중의 물질적, 문화적, 정신적 삶의 질적 고양이 담보되는 정치적 체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이미 그 정의에 있어 민중의 권력에 대하여 기득이익을 수호하려는 사회세력과 민중 간의 일정한 갈등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관한 정의는 어디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내부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언술의 수준에서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고, 또 지배적 언술이나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특정 형태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서 민주화의 과정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를 둘러싼 정치적 경쟁이나 투쟁이 아닐 수 없다.
- 최장집(1993), 「한국 민주주의의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