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1989), <사랑으로>
4자매 가난 비관 동반 음독
1명 사망 3명 중태 “막내 남동생 잘 키워주세요”
27일 오후 2시 50분경 서울 강서구 공항동 4의 43 양태범씨(44‧공원) 집 건넌방과 마루 등에서 양씨의 네 자매 순미(12‧공항중 입학 예정), 정미(10‧공항국 5년), 은미(8‧공항국 3년), 세원 양(6)이 극약을 마시고 신음 중인 것을 어머니 김옥순씨(36)가 발견, 병원에 옮겼으나 세원 양은 숨지고 나머지 3명은 중태다.
어머니 김씨에 따르면 인근 쌀가게에 쌀배달을 주문하고 돌아와 보니 세원 양은 대문 앞에, 나머지 세 딸은 방안과 마루 등에 쓰러져 있었고 아들 종모 군(3)은 방안에서 울고 있었다는 것.
이들 옆에는 먹다 남은 액체로 된 극약 2병이 놓여 있었고 큰딸 순미 양이 달력 뒷면에 검정색 사인펜으로 쓴 「엄마 아빠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걱정마세요. 나쁜 딸 올림.」 「동생들아 미안해. 나쁜 언니가.」라는 유서가 안방 책장 위에 놓여 있었다.
순미 양은 병원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데다 자신은 중학교에, 넷째는 초등학교에 진학, 부모님 부담이 너무 커지게 돼 남동생과 부모님만이라도 잘 살게 해드리기 위해 동생들과 함께 극약을 마셨다”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1989년 2월 29일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