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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Sep 20. 2020

일의 의미 (2) - 직업, 경력, 소명

일의 의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 가지로 일의 의미를 분류한다.


첫째는, 단순한 직업(job)으로서 일이다.

시간과 노동을 회사에 주고,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취미생활을 한다. 자신이 일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떠난다. 회사 안에서 일을 통해 돈을 벌고, 회사 밖에서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돈을 쓴다. 그렇기에 돈은 중요하며, 돈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일을 한다.


둘째, 자신의 경력(career)을 개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일에 의미를 둔다.

일을 통해 조직에서 혹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사회적 지위를 얻기를 바란다.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어려운 일들을 참고 견디며 일을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일을 경력으로 바라본다.


셋째, 어떤 사람들은 일의 의미를 자신의 소명(calling)에서 찾는다.

이들에게 일은 자신의 삶과 분리된 무엇이 아니다. 소명이라 하면 보통 종교에서 신으로부터 해야 할 일을 부여받는 ‘부르심’으로 사용되어왔다. 최근엔 이런 종교적 의미의 ‘소명’이 개인적 차원에서 일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것이 삶의 보람이 된다.


직무, 경력, 소명 중에 무엇이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일을 대하는 세 가지 의미는 개인의 선호도, 환경, 생의 주기마다 다르다. 직무, 경력, 소명을 배타적으로 하나만 선택해서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일을 하는 목적은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일을 통해 돈도 벌고, 경력도 추구하고, 소명도 완수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흔하지 않다.


나에게 첫 직장은 돈을 버는 의미가 가장 컸다. 돈을 벌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는 것이 일을 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2년 정도 열심히 일을 했다. 회사에서 승진하여 ‘주임’이 되니, 앞으로 대리-과장-차장-부장의 길이 너무나 길어 보였다. 임원이 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일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경력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하기도, 다른 부서로 옮겨 새로운 직무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아가는 선배와 동기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공부를 선택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벌어놓은 돈이 있으니 석사를 해도 괜찮다 싶었다. 나의 경력을 위해 말이다.


운 좋게 박사까지 마치고 교수로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조금씩 소명으로서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직장인들과 기업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들었다. 부양할 가족이 있어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 일의 의미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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