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개판이면 밖에서도 개판이라고? 글쎄올시다.
물론, 이것도 저만의 생각입니다.
군대 있을 때 많이 들어 본 말입니다.
군대 안에서 하는 것 보면 사회 나가서 어떻게 할지 보인다고.
회사에 있을 때도 많이 들어 본 말입니다.
회사생활 하는 거 보면 회사밖에서 어떻게 할지 보인다고.
글쎄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일단 저 말들의 핵심은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거 같습니다. 군대에서는 군인으로서의 책임감. 회사에서는 회사원으로서의 책임감.
16년을 회사원으로 살아본 사람으로서, 5개 회사를 다녀본 사람으로서 수많은 직장인들을 보아왔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저 빼고는 모두 사업을 합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하는 사람들도 여럿 알고 지냅니다.
본인의 일을 할 때의 자세와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할 때의 자세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의 아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이전글에서 밝힌 것처럼 저의 아내도 남 밑에서 15년을 일해왔습니다.
유별나게 청소에 대한 약간의 결벽증세가 있던지라, 그 부분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챙기려 했다고 해요. 그 외에는 똑같습니다. 타고난 부지런함은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차치하고.
시간이 남을 땐,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로 드라마보고.
앉아서 생각하는 척 졸기도 하고.
퇴근시간되면 뒤도 안 보고 퇴근.
업무관련 된 귀찮을만한 일이 생기면 빼려고 하고.
휴가는 무슨 일이 생겨도 무조건 챙겨 쉬었고.
퇴근시간 즈음 잡다한 일이 생겨 조금 늦으면 투덜대고.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전화를 꺼 놓는 적도 많았어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죠.
일을 개판 오분전으로 하지도 않았어요. 그 돈에 맞게. 그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일 했어요. 청소 열심히 하네. 정도의 말을 들으며 15년을 대표를 위해 일해왔죠. 다른직원보다 아주 약간 조금 더 일 했다 정도?
시키지 않아도 청소만 열심히 해도 웬만한 집단에서는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그조차도 '남' 밑에 있을 때는 하기 어렵거든요.
자, 개인사업을 시작한 아내. 지금은 어떠냐. 예전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시간이 남는다?
매출상승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직원들과 둘러앉아 미팅 비스무레하게 얘기도 자주 나누고요.
퇴근시간. 직원들 먼저 보냅니다.
본인이 다 마무리하고 불 끄고 청소하고 나옵니다.
사업시작 후 1년 6개월간은 한 달에 많이 쉬어봐야 5번에서 6번.
모든 것을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합니다. 힘들거라고. 본인이 해봐서 안다며.
예전 '남 밑'에서의 한 시간과 '나만의 것'을 하는 지금의 한 시간은 무척이나 다르다고 말하는 그녀.
비로소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는 게 이 부분에서 나옵니다.
회사에서도 당연히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죠. 월급을 받으면 그에 맞는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고용주를 위해 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던 일이 틀어졌다고 웬만해선 나에게 그 책임을 전적으로 물리지 않습니다. 경위서를 쓰건 감봉을 당하건,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던. 대부분의 케이스는 내 현재의 삶에 경제적으로 엄청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집단에서 뒷배를 봐주죠.
나만의 사업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것이 내 책임입니다.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그들이 실수해서 일이 틀어지는 것도, 매출이 오르고 내리는 것도. 결국은 내 책임이 됩니다.
쉽게 말해 뒷배가 없는 거죠.
그렇지 않아 보이던 사람이 이제는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겁니다. 마치 회사 안에서의 모습이 저 사람의 평소 모습인양 판단하면 안 되는 겁니다. 제 아내를 보며 누군가도 그랬을 수 있습니다.
저거 저거, 졸고 있는 거 봐라.
앉아서 인터넷 서핑하는 거 봐라.
이거 좀 하라니까. 은근히 요령 피우는 거 보소.
지금의 아내는 전혀, 단 1도 저런 모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사람은 여러 부류입니다. 어떤 행동이나 특징을 나만의 기준을 빗대어 판단해서도 안됩니다. 당신 옆에 그 사람. 밖으로 나와서는 당신보다 훨씬 훌륭하게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단면을 보고, 나만의 기준에 빗대어 판단하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