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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04. 2024

청소, 결벽. 코스프레하는 아내.

에이, 아니잖아. 자신을 속이지 마~ ㅋㅋ

아내는 청소를 좋아합니다. 그야말로 무진장합니다. 하루종일 청소를 한다 해도 거짓말이 아닐 정도.

본인 사업장에서도 하루종일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결벽이 있습니다. 밖에 나가선 화장실을 절대 가지 않습니다. 참고 참다가 집에 와서 해결합니다. 알코올은 필수. 밥을 먹으러 가서도 알코올로 대충 닦습니다. 유난을 떱니다 아주. 우리 집 화장실은 부부 외에는 절대 못쓰게 합니다.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셔도 화장실을 못 쓰게 합니다. 그걸 당연한 듯 이해하시는 장인어른, 장모님도 대단합니다.


청소는 직원들을 시키던가, 같이 하던가 해.

라고 해도 본인이 해야 속이 편하답니다. 하루 종일 사업장을 쓸고 닦고. 직원들도 대부분 먼저 보내고 마지막 청소를 본인이 하고, 불을 끄고 나와야 속이 편하답니다.


어제는 직원한명이 사부작대며 열심히 어딘가를 쓸고 닦는 아내를 붙잡더니,

대표님, 청소 좀 직접 하지 좀 말고 좀 시키세요. 새로 들어온 저 직원 버릇 나빠져요. 절대 하지 마세요.

누가 하면 어때~ 알겠어 그렇게 할게~


이렇게 대답하고선 하던 청소를 마무리. 복장 터진다며 가슴을 치며 나갔다는 그 직원. 이렇게나 청소에 진심입니다.


저렇게 하루종일 청소를 하고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또 쓸고 닦습니다.

간단하게 하는 청소가 아닙니다. 진공청소기를 꺼내고 이 방, 저 방, 거실을 20분 정도 돌립니다.

그러고 끝이냐, 바닥도 닦습니다. 아주 정성스레. 그렇게 대략 3,40분을 청소를 합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는 제가 그럽니다.

뽈리야.(저희 부부는 애칭이 약 20개 됩니다. 그중 하나.) 어떻게 하루도 안 쉬고 이럴 수가 있을까? 그치? 집에 와서 청소만 안 하고 바로 씻어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엄청 남을 텐데. 청소를 일주일에 3번으로 줄이는 게 어떨까? 주말엔 같이 대청소하고.

놉. 안돼. 청소 안 하면 내 마음이 더 힘들어. 어쩔 수 없어.


딜이 안되는군요. 전 매일 하는 청소는 도와주지 않습니다. 안 도와주면 제 풀에 지쳐서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러다 힘들면 횟수를 줄이겠지. 그때는 도와줘야지. 요정도의 생각.

(다른 집안일은 많이 합니다. 설거지, 빨래, 분리수거 등등)

근데요. 벌써 8년째 저러고 있습니다.


저도 포기. 이제는 예전의 제가 운동중독이었던 것처럼 저 사람의 중독증세라 생각합니다.


근데요.

아래 사진 좀 보고 가실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번째 사진 : 아내 화장대 서랍장

두 번째 사진 : 거실 수납장

세 번째 사진 : 안방 장롱 수납장


보이십니까? 저 너저분한 것들? 저와 다른 듯 비슷한 내 아내.

제가 꼭 저럽니다. 겉으로 보이는 곳만 깨끗하면 됩니다. 모든 건 요기조기에 다 쑤셔 박아놓습니다. ㅋㅋㅋ


저기 좀 정리하자고 하면, 나중에 하잡니다.

야이, 결벽증 코스프레야. 남들이 이런 거 다 알아야 할 텐데. ㅋㅋㅋ

라고 말하면 그저 실실 웃는 아내.


뭐, 요즘 시간도 많이 남는 백수인데 제가 날 잡고 싹 다 정리 한번 해야겠네요.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에도 어제 삶아놓은 계란이 먹고 싶다며, 잠옷 바람으로 계란을 들고 리듬 타는 그녀.


연애할 때, 제가 아내를 참 힘들게 했었습니다. 모난 성격, 자격지심, 쓸데없이 센 자존심, 어두운 성격 등등.

많이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내 옆을 지켜주던 사람.


내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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