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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매거진 Jul 06. 2020

세 여자가 담지은 이야기1

[마음먹기] 주춧돌 심는 것 보다 마음먹는 것이 더 어렵더라



작년 2월. 세 여자는 담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담이 없던 집은 집 같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심리적으로도, 실제로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정말 담이 필요했다.


세 여자는 담을 지으며 느낀 것이 많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사람이 힘들 때 얼마나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지 깨닫기도 했다. 가지게 된 것도 많다. 멋있는 담, 몸을 써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경험, 공동체의 중요성, 생전 가져본 적 없던 자신감.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은 그렇게 값진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회로부터 할 수 없다고 규정당해 그렇게 믿어왔다. ‘여성들은 할 수 없다.’라고. 그러나 할 수 있다. 우리가 해냈다. 해내는 과정 속에서 느끼고 가지게 된 것 모두 또 다른 여성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당신들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후에 나오는 인터뷰 전문은 ‘담 짓기’를 통해 우리가 느끼고 가진 것들에 대한 것이다. 그때를 회상하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리가 가진 ‘우리’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담을 우리가 짓겠다고 마음먹었어? 담이 필요했던 건 맞지만 여자로서 본인이 짓겠다고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집을 지으면서 전문가들이 부르는 가격과 성실성에 대해 배반을 느꼈고, 아저씨들의 설명도 너무 불친절해서 ‘그냥 내가 하는 게 낫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 엄마가 직장을 다닐 때는 시간도 없었으니까 맡기려고도 했지. 그런데 퇴사를 하고 보니 걸릴 게 없는 거야. 그래서 셀프로 단독주택 담을 지을 때 어떻게 하는지 외국 유튜브도 많이 보고 공부를 했어.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공구만 사면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시작했지.



어떻게 ‘남에게 담을 맡기는 것’을 포기하면서 바로 ‘내가 지어야지’로 생각이 연결될 수 있었을까? 나라면 신체적, 지식적 부족 때문에 오히려 다른 방법을 찾아봤을 것 같은데.


     엄마 성격이 뭐든지 마음먹으면 도전하는 성격이라서. 그리고 저 사람도 하는데 같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 또, 퇴사를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내가 내 마음에 꼭 맞게 담을 지을 수 있겠다는 장점도 (담을 짓겠다는 선택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처음 엄마가 담을 같이 짓자고 제안했을 때, 각자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햍먼     나는 ‘엄청 힘들 거다.’ 혹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잘 안 했던 것 같아. 왜냐하면 엄마가 유튜브를 매일 보여주면서 “될 것 같지 않아? 될 거야. 된다고!” 이런 식으로 주입을 했기 때문에 어느새 나도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해버렸지. 내재적으로. 

펑션     나는 둘과 달리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 같아. 그런데도 군말 없이 담을 짓는 것에 동의한 이유는 우리가 공동체이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부담감, 노동도 3분의 1로 나눠지니까 겁을 덜먹을 수 있었어.



근데 우리는 담을 짓기로 결정한 후에, 진행과정에서 왜 그렇게 무서워했을까?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막상 하려고 딱 마음먹었는데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거야.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오래 계획했어도 막상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는 가기 싫고 그런 종류의 마음이었지.


아햍먼     나는 전문적인 조언을 얻어야 하는 자재 가게나 철물점을 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있었어.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만난 전문가들은 너무나 불친절하고, 무시하는 태도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받기도 싫었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도 들었지. 그리고 ‘너네는 못해.’라고 할까 봐. 그러면 내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사기가 꺾이잖아.


     엄마도 전문가들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어. 왜냐면 엄마는 살면서 지식적 우위에 있는 사람들의 으시댐과 대답해주는 것에 대해 귀찮아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으니까. 또, 그런 것도 있었어. 여자가 가서 물으면 가능성을 있다고 얘기를 할까.


그리고 여자들은 철물점이나 자재 가게에 갈 일이 아예 없잖아. 우리 다 머리털 나고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지. 왜냐면 드릴 박아야 하는 일도 없었고, 있더라도 집안의 남자들이 했기 때문에. 너무 문외한이었고 너무 경험도 없어서 무서울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엄마 나이 때는 더욱 두려운 게 있어. 약간 창피하기도 하고. “저 아줌마 돈 주고 그냥 맡기지 뭘 지가 하겠다고. 뭘 할 줄은 알아?” 이럴까 봐. 내가 젊었으면 몰라도 막 물어볼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좀 점잖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까 더 두려웠지. 



그러면 무서움을 떨쳐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어?


     엄마는 유튜브를 많이 봤던 것 같아. 응원을 얻고 확신을 얻고 싶었거든. 준비하는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내 결정이 절반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꾸 검증했어. 내가 (스스로에 대한 검증을) 조금만 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기초지식을 얻으려고도 했지. 내일 자재 가게에 가서 대화를 이어나가려면, 내가 그래도 아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서로 질문도 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히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 사람이 사기를 치는지, 나한테 잘못된 얘기를 하는지 우리가 스스로 판단해야 했으니까. 


아햍먼     나는 도면을 그려서 자재 가게를 얼른 가보자고 했어. 처음에는 엄마가 너무 유튜브에 의존하면서 겁을 계속 먹고, 우리가 치수를 재서 인터넷에서 시키자는 거야. 그래서 그냥 도면을 가지고 가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걸 다 물어보고 사자. 그렇게 용기를 냈지.



그려간 도면과 추천받은 드릴 사양



펑션     두려움은 있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고객이니까 원하는 것만큼 충분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면 설명해주지 않고, 다들 본인이 해주려고 해. 그런데 그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 이게 옳지 않다고 느꼈어. 우리가 백몇 만 원을 쓰러 가는 데 그 정도 설명은 해줘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

 


무서움을 떨쳐낼 수 있었어?


펑션     실제로 아저씨가 도면을 보고 기둥의 개수도 알려주셨고, 전체적인 길이를 고려해서, 담을 세로가 아닌 가로로 하자고 모양도 정해주셨어. 바람에도 안전하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이득이니까. 결국 도면이 굉장히 도움이 된 거지.  


     또, 필요한 공구는 뭐가 있는지, 어떻게 쓰는지, 몇 볼트의 드릴을 사야 나무를 뚫을 수 있는지, 앞에 어떤 걸 끼워야 하는지 알려주셨지. 이중길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던 것 같아.

아햍먼, 펑션 (웃음) 나도.


     그래서 지식도 많이 얻었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어. 담 많이 지으러 오냐고 했을 때, “네. 많이 하러 오셔요. 자기 담은 자기가 해요.”라고 하니까 우리가 그때야 이게 겁먹을 게 아니구나, 누구나 일반적으로 하는 거구나, 확신을 얻을 수 있었지.  




뒷 내용은 '저지르기'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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