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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매거진 Jul 07. 2020

세 여자가 담지은 이야기2

[저지르기] 되든 안 되든 일단 저지르기 - [언땅파기] 땅이 녹는다?




 담을 스스로 직접 지으면서 느낀 경제적인 이득이 있을까?


     자재에는 120만 원 정도를 썼어. 공구를 한 50만 원어치 샀고. 인건비는 우리가 했으니까 안 들었고. 그에 반해 사람 써서 제대로 담을 하려면 800만 원 정도라고 얘기를 들었어.

아햍먼     재료비랑 기계 부르는 것만 5-600만 원 들고, 일용 근로자 부르면 800만 원쯤 들 거야. 그러니까 거의 1/4을 아낀 거지.



나무기둥과 판자 / 주춧돌 약 40개



펑션     사실 우리가 해보니까 인건비는 그 정도 들어. 그런데 남한테 맡기면 그 인건비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담이 원하는 만큼 예쁘고 튼튼하게 안되니까. 우리 집 주변에 남한테 맡긴 담들을 보면 삐뚤삐뚤하고 못생겼잖아. 근데 우리 담은 예쁘다는 거. 그게 담을 우리가 지어서 가장 좋은 부분이지.


아햍먼     게다가 만약 일용 근로자분들 불러서 담을 하면 우리는 집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계속 보고 있어야 하잖아. 그럼 우리도 똑같이 힘든 거야.


     그리고 (일용 근로자분들은) 쉴 시간, 일할 시간을 철저히 나누고 페이를 계산하지. 예를 들어서 우리는 마지막 날 끝내겠다는 일념으로 밤 8시까지 못을 다 박고 해치우고 갔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왔었다면 5시 딱 되면 접고 내일 하는 거야. 이때, 하루 더 연장하게 되면 하루치 페이가 더 늘어나는 거지. 그게 오십만 원 정도.


아햍먼     하다가 좀 힘들면 한 명 더 부를까? 이러면 또 배가 들고.


    그래서 건축을 맡겼을 때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게 뭐냐면 처음 단가와 마무리 단가가 달라져. 그래서 처음에는 800만 원을 불렀다고 치면 끝난 다음에는 “아- 이거 어려운 공사여서 사람이 더 왔어요.” 혹은 “자재가 더 들었어요.”라고 하면서 돈을 더 얹을 수도 있거든. 엄마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이런 일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담을 남한테 맡기는 경우가 더 걱정이 됐지.  


아햍먼     또, 담이 고장이 나게 되면 사후관리를 그 사람을 불러서 해야 되고. 그 사람을 부르면 또 비용이 발생하잖아. 담을 직접 지으면 첨부터 끝까지 우리가 한 일이니까 직접 고칠 수 있지..



철물점은 어떻게 가게 됐지?


     자재를 산 다음 자재 가게 아저씨가 18v 드릴 두 개를 사야 한다고 하셨어. “하나로는 이중 길이로 뚫고, 하나로는 못을 박아야 해요. 안 그러면 나무가 갈라져요.”라고 말씀해주셨고, 우리는 낡은 드릴 하나밖에 없어서 사러 가게 됐지. 블로그를 뒤져서 공구도 많고 친절해 보이는 곳을 선택해서 가게 됐어.


아햍먼     근데 아버진가? 할아버지 한 분 계셨잖아. 그 아저씨는 약간 우리 이상하게 봤어. “그렇게 사면 안돼~!”라면서 참견도 하고.


    그래서 젊은 사장이랑 주로 얘기를 했지. 운이 좋게도 잘 설명해주시고 꼼꼼하게 봐주고 깎아주시기도 해서 편하게 산 것 같아.


펑션     근데 나는 좀 그런 게. 그 자재 가게 아저씨도 그렇고 철물점도 그렇고 막 엄청나게 운이 좋았기 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내 말은 그들이 뭔가 대단한 서비스를 가진 게 아니라 남들이 서비스를 너무 못하는 거 아닐까? 예를 들어서 꽃집을 갔다고 생각했을 때 친절하지 않고 서비스가 좋지 않은 집은 되게 드물잖아. 생각해보면 남성 종사자가 많은 직업들에 한해서 좋지 않은 서비스를 우리 사회가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정말 이상하지.



공구 약 500,000원 어치 구매


그래서 총 뭐 뭐 샀지?


     드릴이 하나 더 필요해서 새 드릴이랑 이중길이(이중으로 깊이가 다르게 뚫림)도 사고.


펑션     곡괭이 하나, 장갑 더 사고.   


    나무 잘라야 하니까 끌하고 톱도 샀어.


아햍먼     기둥 뚫는 굵은 드릴 나사랑 주춧돌에 세울 때 필요한 볼트랑 너트도 샀지.





땅이 정말 안 파였잖아. 얼어서. 다들 어려움을 예상했어?


아햍먼     나는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 사실, 이 정도는 아닐 줄 알았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아니, 우리가 군대를 가 봤어? 겨울에 땅을 파 본 적이 있냐는 거야.


펑션     맞아. 나는 겨울과 여름의 땅이 다르다는 생각을 못 했어. 땅이라면 그냥 다 놀이터 흙처럼 그렇게 잘 파이는 줄 알았지. 근데 파보니까 너무 안 파이는 거야. 그래서 이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 첫 번째, 이게 전부 다 판 거고 밑에 더 이상 안 파이는 부분은 돌이다. 엄마가 신빙성 있다고 했어. 여기 주변이 원래 돌산이라면서.


     내가 봤을 땐 자기합리화.


펑션     맞아. 그리고 두 번째는 그냥 우리가 못 하는 거다. 이게 전문가가 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얘기를 하고 막 걱정을 하면서 밥을 엄청 먹었지. (웃음)


아햍먼     밥을 엄청 먹고 심각하게 포크레인 가격을 알아봤지.


펑션     이장님이 포크레인 빌려주신다고 해서 전화를 해봤는데 엄청 비쌌지. 하루에 60만 원, 반나절에 40만 원. 그래서 포크레인도 포기했어.



그럼 어떻게 해결했어?


     우리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앞집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슬쩍하는 얘기가 있었지. “지금이 할 때가 아닌데. 땅이 얼었을 텐데….”


펑션     우리가 처음에는 땅이 얼었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앞집 아저씨 이야기 듣고 그런가 싶어서 언니가 블로그에 쳐봤던 것 같아.


아햍먼     블로그에 검색한 시점이 한 이틀 삼일 지났을 때야. 정말 하다 하다 안돼서. 열흘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동안 기둥 26개를 세워야 하는데 이틀 동안 세 구덩이도 못 판거야. 게다가 언 땅을 망치로 깨니까 손도 너무 아파서… 되게 절망적이었지.


그래서 아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고, 내 기억으로는 일 다하고 밤에 블로그로 담 짓는 법. 담 기둥 세우는 법 같은 걸 쳐봤던 거 같아. 근데 그렇게 많은 정보가 있지는 않았어. 근데 어떤 농촌 생활에 아주 능통하시고 자연의 섭리를 아시는 분이, “해가 나고 두세 시간 후에는 땅이 녹는다. 그때 파라.”


쑥 펑션 아햍먼 (웃음)


아햍먼     처음엔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 생각해서 얘기도 안 했어. 근데 또 땅이 너무 안 파이니까 화가 나서 막 다시 찾아보다가 불현듯 그 말이 생각이 났어.  


펑션     그래서 밥을 먹고 두-세시에 파보자 해서 팠는데 파이는 거야. 땅이 녹아서 너무 잘 파이는 거야. 진짜 아이스크림 녹듯이.


     그래서 적절한 시간을 우리가 안 거지. 아 이걸 마음만 급해서 새벽부터 하는 건 소용이 없구나.



땅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니!!



 그 이후에는 어려움이 없었어?


     그게 우리가 그 이틀 전보다 쉬웠던 거지. 아주 쉬운 게 아니고.


아햍먼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바뀐 거지.


펑션     그리고 어느 정도 파면 다시 얼은 게 보여. 그러면 그 깊이부터는 아침하고 똑같이 다음날 두시까지 기다려야 돼. 그만큼 녹이고 또 파고. 이게 정말 힘들었지.


그리고 한 가지 더 힘들었던 건 돌. 커다란 돌이 너무 많아서 그걸 다 빼는 게 정말 힘들었어.


아햍먼     사실 언 땅 파기가 제일 힘들었던 이유는 제일 중요해서 그런 것 같아. 가장 기초니까. 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여기서 잘못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이 지나면 다 뽑아야 될 수도 있겠다. 돌을 빼지 않고, 수평을 맞추지 않은 채로 담을 지으면 5-6일을 땅 파는데 전부 쏟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일이었던 거 같아.




뒷 내용은 '힘 쓰기'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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