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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를 휴일에 하는 미친 경찰서장

by 버팀목

일전에 뭐 경찰서 서장이랑 점심을 먹은 적이 있어요.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던 중에 경찰서장이


"나는 체육대회를 토요일에 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너무 당황하여


"왜요?"라고 했더니


"경찰관들이 주말에는 동호회도 가고 가족들이랑 여행도 가는데 왜 직장에서는 주말에 체육대회를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토요일에 직원들 체육대회를 하지"라고 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속으로 '미친 새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밥을 먹던 과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장 말에 동조를 하더군요.


옆에 있던 과장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꼴을 보이지 않았으면 멈추려고 했는데 40대 중반을 넘은 과장들이 고작 서장 따위의 미친 말에 비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하도 약이 올라서 한마디 더 했습니다.


"동호회와 가족여행은 자신의 선택이잖아요. 휴일까지 직장 사람들이랑 체육대회를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아마 그때 참석하는 사람들은 서장님한테 아부를 하려는 사람들이나 심사승진하려는 사람들이겠죠."라고 했습니다.


그 서장은 저를 미친놈처럼 쳐다 보더군요.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단합을 위해 체육대회를 하실 거면 평일에 하세요. 민원부서 필수요원만 남기고 하시면 되죠?"


"평일에 하면 기자들이 난리 쳐서 안돼"


"아니, 서장님 체육대회를 토요일에 하시는 게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서 하는 거라면 그것도 업무 아닌가요? 그럼 기자들 눈치 보시지 말거나, 기자들 눈치가 보이실 정도면 하시면 안 되죠."


이때, 옆에 앉아 있던 한 과장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대화는 멈추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서장은 경찰대학 출신의 경무관입니다. 공채 출신 서장들은 그런 폭력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는 않거든요.


저는 이러한 비상식적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말리기는커녕 참모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을 보면 경찰은 백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폭력경찰, 정치경찰로 남게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40이 되면 불혹이라 했고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했는데 왜 경찰 지휘관들은 40대가 되면 욕심이 넘치고 50대가 되면 자신만 알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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