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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팀목 Dec 10. 2023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를 보면서 다시 느낀 점

얼마 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상영한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를 보고 왔어요.

정말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봤습니다.

저는 유가족도 아니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는 어떠한 관계가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슬펐습니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슬퍼하는 것은 양심과 측은지심이 있는 인간이면 매우 매우 당연한 일이 맞습니다. 이는 누구도 부인해서는 안 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이기 때문에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하는 것이 맞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행정부의 주요 사명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수사, 경비, 정보라는 업무를 경찰의 임무에 적시해 놓은 이유는 그 업무가 본질적인 업무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는 국민으로부터의 명령입니다.


그런데 개가 주인을 무는 것과 같이 이 나라는 너무 후퇴하여 국민이 부여한 밥그릇을 무기 삼아 국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개입하지 않으면 명백한 사망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그 임무를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경찰과 정부가 이를 유기하여 159명이 사망하였다면 이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해당하는데 어찌 수오지심을 느끼는 이가 하나도 없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시신을 사방에 흩어 놓아 유가족이 뭉치지 못하게도 했더군요. 제가 1993년에 경비론에서 배운 내용을 아직까지 써먹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당시 경찰대학에서는 이러한 대형사고가 생기면 유족이 뭉치지 못하게 시신을 사방팔방 흩어두라고 가르쳤거든요.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면서 1년이 넘도록 투쟁하는 유가족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시체팔이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도 있더군요. 사람인가요? 동물도 그러지는 않으니 괴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사실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경찰청장이 자결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경찰임을 포기한 일이었거든요. 저도 1997년부터 전투경찰대에서 근무했지만 그 부패했던 시절에도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 안전관리를 하는 것은 아주아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경찰의 1순위 업무니까요.


저는 기술이 발전하면 투명성이 높아져 부패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던 3.15 부정선거 당시 하루 만에 마산의 고등학생들이 궐기했을 정도면 이 시대에는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가 한 군데로 수렴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착각입니다. 세상은 온통 돈에 환장을 했고 오로지 자기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을 존중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고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이기심이 측은지심을 잃게 만들었나 봅니다. 또한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때문에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분별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어요.


저같이 나약한 인간이 만약 유가족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벌써 포기하고 자살했을 것 같은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그 슬픔을 딛고 시체팔이라는 모욕까지 견뎌가며 싸우는 것을 보니 참으로 그들이 진정한 국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다른 모습과 방법으로 그들을 응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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