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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팀목 Dec 31. 2023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매일 매일 발생하는 비상식에 모두가 무뎌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위에는 지식인이 있나요?


일단 제 지인 중에는 없어 보입니다. 끼리끼리 뭉치므로 내가 지식인이 아니니 나를 상대해 주는 자들도 그럴 수밖에 없나 봅니다. 오로지 SNS에서나 가끔 지식인들을 볼 수 있을 뿐 일반인의 삶에서 가까이 지식인을 마주하기는 어렵습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번역한 김성은 님은 지식인의 개념에 대해 여러 학자의 의견을 인용합니다.


“카를 만하임은 지식인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사회의 총체적인 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유롭게 떠도는 존재’로 규정했고, 안토니오 그람시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특정 계급의 이익을 꾀하는 유기적 지식인 중에서 ‘피지배 계급에 봉사하는 유기적 지식인’을 진정한 지식인으로 보았다. 장폴 사르트르는 ‘자신과 무관한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 ‘억압당하는 자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정의했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연구실 안에 갇혀 정부나 기업의 보상만 바라는 전문 직업인이 아니라 ‘힘없는 자들을 대변하여 사회적 고통을 언어로 재현하는 사람’만이 지식인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 <사회계약론>, 장자크루소, 김성은 지음 - 밀리의 서재


이런 정의에 의할 때 대한민국에서 지식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의 원시적인 부모들과 선생들은 지식인이 되어야 할 똑똑한 청소년을 모두 의사나 검사나 판사나 변호사가 되기만을 강요하고 있으니 이 사회가 자연히 무식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현대 사회는 공부를 잘해야만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다소의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가 소통되지 않던 시절에는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일부의 시민만이 한정된 정보를 통해 국가의 썩은 문제점을 추론해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사회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지식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중이 지식인일 수 있는 시대에 온 겁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루이 16세는 감옥에서 루소와 볼테르의 책을 읽고 “이 둘 때문에 내 왕국을 빼앗겼구나”라고 통탄했답니다. 지식인 둘이 쓴 글이 혁명을 이룰 수도 있는데 대중이 지식인이 된다면 더욱더 쉽게 혁명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건전한 대중이 모두 지식인이 된다고 하여도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똘똘한 놈들이 죄다 의사, 검사, 변호사, 판사가 되려고 환장을 하고 있고 이 놈들이 그 자리에 오르면 돈에 환장을 하여 자본까지 움켜쥐게 되고 자본까지 얻고 나면 권력까지 가지려고 언론과 정부까지 장악을 하며 이에 더하여 카르텔까지 이루고 있으니 그 철의 옹성은 대중이 아무리 힘을 뭉쳐도 무너뜨릴 수가 없어 보입니다.


대중이 모두 지식인이 된다는 가정을 하여도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어 보이는데 우리의 대중은 사실 지식인이 아닙니다.

가진 자들이 형성해 놓은 프레임에 갇혀 하루하루 노예와 같이 생존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대체 무슨 수로 지식인이 될 기회가 있겠습니까? 그나마 지식인인 일부도 자신의 힘이 보잘것없음을 알고 속세를 떠나는 것을 대신하여 정치에 대한 관심을 꺼 버리고 있으니 더욱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최고의 지식인이기를 기대하는 교수들 조차 자기 안위를 지키기 위해 김건희 논문은 표절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고,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라고 만들어 놓은 변호사 출신 공수처 검사들은 다들 퇴직을 하고 있고, 명품백을 받은 증거가 명확함에도 3만 명의 수사관이 있는 국가수사본부는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김선균을 국가살인한 경찰은 승진을 하고, 모든 R&D 예산이 깎이고 오히려 마약수사 예산은 증가했음에도 이에 대해 나서는 교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의 지식인은 모두 죽었다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2024년은 마치 기원전 2024년의 한반도보다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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