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믿으세요?

모든 권력을 의심하라

by 버팀목

사회계약론을 집필한 장 자크 루소는 프랑스 대사의 비서로 잠시 일하면서 정치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대사관에서 근무한 이후 “모든 것은 정치와 관련이 있다. 모든 국민은 어떻게 행동하든 그 정부의 특성에 따라 규정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루소가 왜 이러한 말을 했는지 너무도 잘 이해합니다. 저도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3년간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대통령 순방행사도 하게 되고 대통령을 따라 줄줄이 사탕으로 놀러 오는 국회의원, 장차관, 기업인을 보게 됩니다. 또한 국정감사와 국제개발협력 등 업무를 하다 보니 국회의원, 중앙행정부처의 고위직 공무원들과 사담을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대사를 따라 외교행사를 다니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선동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사람이 죽으면,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나타나면, 그리고 피랍되거나 테러가 발생하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정부는 믿으시면 안 됩니다. 항상 의심해야 합니다. 어떠한 사업을 하거나 어떠한 말을 하거나 어떠한 정책을 펼 때 늘 왜 저럴까? 그 의도는 무엇일까? 의심해 봐야 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정치 또는 행정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합니다. 국민, 시민, 인민, 민중 뭐든 우리는 놀이판의 '말'입니다.



예시가 너무나도 많은데 일단 두 가지만 대강 알려드릴게요.


1. 대통령 순방과 국정감사는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


제가 재임하는 기간 중 대통령이 왔었더랬어요. 그런데 우연히 제가 전체 행사에 관여하게 되면서 참 대한민국 정부는 미쳤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잘 못 이야기하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되느니 마느니 하면서 절 잡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대통령 순방 행사 한 번에 수백억의 세금이 쓰입니다. 그런데 와서 뭘 하는 건 없어요. 접수국에서는 예를 갖춰서 이러저러한 행사를 준비해 줍니다. 그리고 그 일정에 따라 놀러 다닙니다. 그게 다예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행사를 담당했을 때는 그랬습니다.


국정감사도 마찬가지예요. 국회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영사 왜 외통위 국회의원들은 평균 6선 의원들인 줄 알아요?"


"네? 외교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에요. 초선 의원들은 빡세게 일해야 하는 행안위원회 같은 거 맡는 거고 다선 의원들은 쉬면서 세계여행 다니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대사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국가가 운영하는 여행사입니다.


2. 국제개발협력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돈 잔치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해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을 많이 합니다.


코이카에서 국제개발협력을 전문으로 담당하지만 각 중앙행정부처에서도 사업을 신청해서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제가 대사관에서 개발협력 업무를 담당할 때 A 부처의 국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관이 사업에 대해 논의할 것이 있다면서 대사관으로 온 겁니다. 회의와 겸하겠다고 하여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국장님, 이 사업을 하려면 제품만 보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용해야 할 것 같은데 이쪽 개발담당자는 지정하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면 일이 복잡해져요. 그냥 물건만 실어 나르면 되고 설치까지만 하면 알아서들 하겠죠."


"그래도 다년도 사업이고 예산도 많은데 효과성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관세율이 높아서 재무부와 비관세 협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업하실 때 고려할 사항이 많으세요."


약간 억양을 높여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담당 실무자는 나중에 자기와 따로 연락을 하자고 하여 그날의 업무 논의는 채 1분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실무자와 업무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6개월 정도 흐른 뒤에 담당 실무자로부터 메일이 한 통 날아왔습니다.


"물건 100개를 보내려고 한국 업체와 계약을 했는데 관세 때문에 60개 밖에 못 보낼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물건 100개 주문한 계약이 문제가 되니 도와주세요."


메일을 받고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비관세 협정을 체결하셔야 한다구요. 그러면 이쪽 외교부와 재무부를 다 거쳐서 논의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늦어서 도와 드릴 수가 없어요."


"안됩니다. 이 사업한다고 이미 보고까지 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잘 된 것 같습니다. 사업 접으세요. 지난번 말씀 드린 것처럼 이거 세금 낭비입니다. 이쪽 재무부와 이야기가 잘 안 되었다고 하시면서 사업 접으시는데 현명하실 것 같습니다."


국민의 세금은 이렇게 쓰입니다. 난 그래서 왜 많은 기업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세금 납부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부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데 우리 정부는 세금을 자기들 여행경비, 관사 앞마당 나무나 돌, 사무실 인테리어, 화장실 변기통 등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데 어떻게 세금을 내겠습니까?


매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는 각 국가의 부패지수를 공개합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180개 국가 중 31위를 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고 자랑을 하기는 했는데 점수로 따지면 62점입니다.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를 의미하고 2019년까지 우리나라는 50점대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그리 투명하고 깨끗한 나라가 아닙니다.


투명하지 않은 정부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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