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민원인을 "진상"이라고 부른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공무원도 다른 공무원을 만나거나 민원을 처리하러 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소극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공무원들과 마주치면 화가 치민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늘 민원인은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저 공무원의 눈 밖에 나면 일처리가 더 늦어지거나 심지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업무처리가 될 수 있다는 것쯤은 당연한 상식이다.
대부분의 민원인은 늘 그렇게 참는 게 일상이다.
이러한 공무원을 직접 만나고 내가 직접 을의 입장이 되는 일을 자주 겪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노련한 베테랑 경찰관들은 민원인에게 늘 친절하다.
대부분의 국민이 민원인이 된 경험은 가지고 있겠지만 경찰서의 민원인이 되는 경험은 많지 않다.
경찰서에 민원을 넣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평생 한 두 번쯤 겪을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 재수 없게 자질이 없는 경찰관을 만나면 그간 겪었던 피해를 회복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극심한 2차 피해를 겪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민원인은 진상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늘 좋은 말과 설득과 사정과 부탁으로 시작하지만 여러 번 무시를 당하게 되면 사람은 점차 이성을 잃고 미쳐가는 것이다.
진상 민원인은 공무원이 만든다. 처음부터 진상인 민원인을 난 본 적이 없다.
경찰관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진상 민원인을 극혐 했지만 10여 년이 흐른 후에는 이른바 진상을 부리는 민원인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이를 치유해 주는 것 또한 경찰관의 임무이다.
묻고 싶다. 경찰관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이라는 직업을 숭고한 마음으로 수행하는 경찰관은 과연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단연코 남이 있는 숭고한 경찰관 중에는 경찰대학 졸업생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봉사하기 위해 경찰대학을 입학하지 않는다.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절 대통령을 꿈꾸며 육군사관학교를 가던 미친놈들처럼 출세를 하기 위해 경찰대학을 입학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