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이 비싼가요?

by 버팀목

고통스러운 연구를 한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아는 게 없다는 생각만 들어서 미치겠어요."


정해진 양을 소화하는 시험공부와 대학에서의 공부는 전혀 다릅니다.


지식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서 지식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한마디로 '고생을 사서 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구를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고생길이고 그 고생길은 자기가 선택한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이 글의 전반에서 유지되어야 할 전제조건입니다.




얼마 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이 비싼가요?"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네"라고 외칩니다.


서울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대략 한 학기에 400만 원입니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웬만해서는 시국선언이나 집회, 시위를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서만 대자보를 붙이고 집회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비싸지 않습니다.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습니다. 성적이 우수하면 심지어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습니다.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성적보다 낮은 대학을 선택해서 가면 됩니다.




오랜 이야기지만 공무원인 내 친구들이 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미치겠어. 애들 학원비 내고 나면 쓸 돈이 없어"


"학원비가 얼만데?"


"영어 유치원이 최소한 100만 원이야"


"매달?"


"응"


"그럼 안 보내면 되지"


"어떻게 안 보내"


더 이상 말은 안 했지만 저는 속으로 '미친 새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가려면 유치원 때부터 엄청난 돈을 써야 하나 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쓴 학원비가 얼마일까요? 그에 비하면 한 학기에 400만 원이라는 돈이 비싸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대학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대략 "교사와 학자의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직업 훈련학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대학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식의 전달, 지식의 저장, 그리고 연구를 통한 지식의 창출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창출이며 정보화사회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대학의 고유 기능이며 이 점이 초중고등학교나 학원이나 기술학교와 구별되도록 합니다.


뭔가 잘 못되어 있습니다. 의무교육을 받을 시기에는 돈을 쏟아부어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갔는데 스스로 직업 훈련학교쯤으로 생각하고 등록금을 안 내려고 한다?


참으로 모순된 행동입니다.


난 대학에는 지식을 창출하고 싶은 아이들이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이 지식을 창출할 능력은 되는데 돈이 없다면 나라와 학교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등록금이 비싼 것이 맞습니다. 원한다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 오고 지식 창출에 기여하는 아이들에게 그 등록금을 나누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을 받고 좋은 고등학교를 나오면 지식을 창출할 능력이 생기던가요?


봉사활동을 해서 점수를 채우고 수학능력시험을 잘 보면 지식 창출 능력이 생기던가요?




연구실은 놔두고 저는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언제나 자리가 넉넉합니다. 오직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는 늘 넉넉합니다.


이는 요즘의 대학생들이 취직을 위한 학점 따기에 몰두한다는 근거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수업을 듣고, 야자를 하며 학원을 전전하면서 미친 듯이 공부하던 학생들은 왜 대학에서는 그 정도의 공부를 하지 않을까요? 대학에서부터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도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교수님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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