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이유

모든 권력을 의심하라

by 버팀목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다음의 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 조문들에는 두 가지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예방"이다.


우선, "범죄예방"은 말도 안 된다. 공개되는 피의자는 이미 체포나 구속이 되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될 사람들이다. 형기를 마칠 때까지 잡혀 있는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해서 어떻게 범죄가 예방된다는 걸까?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교도소에서 석방될 때 알리는 것이 맞겠다.


두 번째는 "국민이 알 권리"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범죄자의 얼굴과 신상을 알아야 하는 것이 권리일까?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설사, 국민의 알 권리가 있다고 해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를 충족시켜야 할까?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문제이다.


피의자야 어차피 죄를 지었으나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순간 그의 가족은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사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고찰해 본 적이 없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고자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리 선량하지 않다.


"마녀사냥", "국민적 공분의 해소", "정부에 대한 비난의 회피"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지 말지는 수사기관의 역할이 아니다. 권리도 아니다. 의무도 아니다.


나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이해할 수 없으며 포토라인에 세우면서도 그들의 얼굴을 가리는 모순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지 말지는 언론의 결정이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호송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언론은 이를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려고 애쓸 뿐이다.


그리고 촬영된 동영상을 그대로 보도할지 말지는 언론의 선택이다. 언론이 피의자의 초상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국민의 공분을 해소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고, 개인의 초상권에 대해 존중하는 언론사는 그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공개한 언론사는 그로 인해 피의자의 가족들이 받는 고통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


난 잔혹한 범죄가 '정부기관의 쇼'에 악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잔혹한 범죄에 대한 보도는 자극적이며 이러한 자극적인 보도는 다른 중요한 이슈를 덮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은 잔혹한 범죄를 보면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정부의 만행에 대한 불신보다는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잔혹한 범죄가 발생했다면 범죄자뿐만 아니라 그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지 못한 정부에게도 있는 것이다. 잔혹한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정부는 늘 그 화살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할 피의자에게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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