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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risee Feb 08. 2018

'82년생 김지영' 에게

2018년을 살아가는 김지영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82년생 김지영'과 '여성'은 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 주변의 수 많은 '82년생 김지영'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갔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비단 작품 속 김지영씨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큰 공감을, 때로는 가슴이 시려오는 아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우리 사회가, 혹은 주변 인물들이 김지영씨에게 무심코 던지는 억압적인 인식과 폭력적인 말들이 드러난다.


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태우는데 딱 보니 면접가는 것 같아서 태워주는거야
    — 82년생 김지영 中


'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태우는데 딱 보니 면접가는 것 같아서 태워준다'라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는 선의로 받아들어져야 하는가? 자꾸만 나를 괴롭히는 남자 동급생은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여성이 '결혼하면 그만둘텐데' 라는 이유로  남자 동기에게 승진 기회를 양보해야 하고,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좋기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일인가?

아마도 위에 언급된 사회적 · 언어적 억압은 여성으로 살아가며 한 번 쯤은 누구나 겪어보았을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더 사소한 차별적 인식이나 압력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리라.

이러한 공감대 이외에도 작가가 '팩트'에 기반하여 쓴 작품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80년대생 여성의 이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지영'이라는 이름을쓴 것, 태아 성 감별이 가능해져 여자아이의 낙태율이 급상승할 때 태어나, IMF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아이를 낳았을 때 쯤에는 무상보육이 가능해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책임감 없는 엄마'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세대. 여성에 대한 이해나 존중은 부족했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의 발전에 따라 여성의 사회 진출을 기대하기도 했던 시대를 살아낸 80년대생. 이를 나타내기 위해 작가는 작품 속 '김지영' 이 '82년생'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82년에 태어난 수 많은 이 사회의 김지영씨는 아마도 서른일곱살의 2018년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태어나 자라고, 성인이 되고, 서른일곱의 시작을 맞이하는 동안 세상은 수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폰 메신저로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며, 때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고, 인공지능 기기에게 기분에 맞는 음악을 추천받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왔고, 우리가 누리는 전반적인 삶의 모습은 향상되어 왔음에 틀림 없다.


혹자는 사회의 발전에 따라 '젠더'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 자신이

'20대의 젊은 여성'으로서 부딪히고 있는 세상과, 주변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세상을 떠올린다면  물질적

발전에 비해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과 왜곡된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국내 30대 그룹 임원진의 여성 비율이 3%대로 증가하였다' 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기사는 2014년에 1.4%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의 비율이 4년만에 2배 넘게 증가하였다며 '여성의 힘'을

강조하였다. 이 소식을 보고 과연 나는 '3%'라는 숫자에서 희망을 보아야 했을까, 아니면 '97%의 남성 임원'의 숫자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절감해야 했을까?

그리고 바로 며칠 전, 한 검찰이 검찰 내부에서 공공연히 행해져 온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였다. 성추행 사건에 반발한 동료에게 상사는 '본인도 가만히 있는데 왜 일을 크게 만드냐'고 이야기를 할 뿐이었으며,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을 때 당사자에게 돌아온 것은 인사상의 불이익이었다고 한다.  

'여성상위시대', '남성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접하는 현실은 아직도 수 없이

높고 험한 장벽에 가로막혀있을 뿐이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며 '82년생 김지영' 씨의 이야기는 곧 지금의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세상의 수 많은 '김지영씨'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 라는 세상의 목소리에 생채기 난 마음을 닫아두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그리고 담담해서 더 큰 울림이 있었던 '82년생 김지영'.
이 책을 읽은 나와, 오늘날의 모든 김지영씨에게 위로와 격려가 담긴 다독거림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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