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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risee Jan 26. 2024

달을 쫓은 N잡러 : 서머싯 몸

서머싯 몸의 대표작 <달과 6펜스> 는 '꿈'과 '현실' 사이, 그 커다란 간극 사이에서 꿈을 향해 달려간 스트릭랜드라는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는 가족도, 증권 중개업자라는 안정적인 직업도 버린 채 예술이라는 꿈을 위해 인생을 바친다. 


어찌 보면 대책없는 그의 선택과 이에 얽힌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는 또 다른 의아한 선택을 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영국 외과의라는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하고 알렉산드리아 보건국 직원의 길을 택한 '아브라함'이 바로 그 인물이다.


이처럼 <달과 6펜스>에는 꿈을 쫓는 이들의 모습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뇌가 담겨 있고, 이는 서머싯 몸 자신의 삶과도 어느정도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 서머싯 몸 또한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작품에 투영했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이상을 쫓기도, 누군가는 현실에 타협하기도 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서머싯 몸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살짝 힌트를 남기자면, 그의 이야기를 살펴본 현재의 우리는 어떠한 면에서는 약간의 부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달을 쫓은 그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내가 금수저로만 보여?


'외교관의 자녀'

'의학교 졸업'


서머싯 몸이 누렸던 삶의 기반은 지금 봐도 대단하고 단단한 기반이자, 하나라도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사실 그는 여덟살에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떠나보내고, 열살에는 아버지를 암으로 잃어야 했다.


거두어줄 숙부가 있었음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는다는 상실감과 고통은 견디기 힘든 상처이자 삶의 고비였으리라.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 시절 누군가는 어려움 모르고 자란 의학도라며 그를 바라보고, 마냥 부러워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함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누군가의 인생은 겪어보기 전에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을 서머싯 몸의 삶은 이야기한다.



소설같은 삶, 소설을 알린 삶


서머싯 몸은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격랑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 격랑의 한 가운데에서 영국의 정보국 MI6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그 기관- 에서  '정보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니 왠만한 첩보영화나 소설 버금가는 경험을 한 것이리라.


'미션 임파서블' 이나 '007'과 같은 첩보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 때의 체험을 소설로 남기기도 했으니, 아주 좋은 소재를 경험한 셈이기도 하다.


수 많은 작가들의 삶이 크고 작은 파고를 겪었음을 상기해본다면, 그 파고야 말로 창작의 근원이자 예술가로서 그들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처럼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소설가로서 재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선구안도 가진 사람이었다.


<제인 에어>로 널리 알려진 언니 샬럿 브론테의 명성에 가려 크게 인정받지 못한 에밀리 브론테.


이러한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 <폭풍의 언덕> 이 가진 문학성을 알아보고 이에 대한 호평을 여러 언론에 내보냈던 것이 바로 서머싯 몸이었다고 한다.


<폭풍의 언덕>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읽혀지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서머싯 몸의 공이 적지 않았다는 것.


<모비 딕> 또한 그의 평가와 홍보 덕분에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고,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어찌보면 그는 동종업계 경쟁자(?) 의 작품을 홍보해 준 상황.


이 두 작품이 이토록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이라는 자신의 꿈을 더 넓게 펼치고자 했던 서머싯 몸의 신념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쓸 수 있는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성공한 N잡러, 마침내 달을 잡다


의학교를 다니며 소설을 썼던 그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N잡러' 에 해당할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모든 것을 버리고 꿈을 쫓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가 스트릭랜드처럼 홀연히 현실을 벗어던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타협이자 시작이었으리라.


이른바 '부캐'를 통해 작게나마 꿈을 실현해보고, N잡러를 꿈거나 N잡을 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줄다리기를 하고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킬만한 모습이다.


그런데 서머싯 몸은 단순히 글만 잘 쓴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도 타고난 수완을 갖추고 있었던 듯 하다.


앞서 에밀리 브론테와 허먼 멜빌의 작품을 홍보해 준 일화에서도 가감없이 보여준 마케팅 수완을 스스로의 작품을 알리는데에 먼저 활용했던 것이다.


무명 작가 시절 그는 신문에 광고 하나를 낸다.


그 내용은  '나는 부유층 남성이며,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에 나오는 여성 같은 인물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는 것.


이 광고는 제법 효과가 있었던 모양으로, 그의 책이 입소문을 타는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서머싯 몸의 소설에 어떤 여성이 등장하기에 이 남성은 그러한 여성을 원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었다면 꽤나 유명한 마케터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직접 광고를 내야 할 정도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대중들이 읽기 쉬운 문체와 풍자를 담은 소재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성공한 N잡러로서 그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니 너무 부러워 하지 마시기를.


의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았던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서머싯 몸은 전업 작가로 전향하게 된다.


진정한 자신의 꿈을 향해 보다 더 자신있고 확신에 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달과 6펜스>를 통해서는 엘리자베스 2세에게 기사 작위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영미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고 1930년대엔 세계에서 제일 수입이 많은 작가였다고 하니 문학가로서 그의 입지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아무리 상상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제정되며 명예까지 얻었으니 그는 명실상부하게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성공한 N잡러' 임에 분명하다.


N잡러에 도전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본업과 함께 하는 N잡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먼 옛날 화려한 N잡의 길을, 마침내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마음껏 펼친 인생의 선배가 있었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마침내 꿈을 이룬 성공한 N잡러'


서머싯 몸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문장일 것이다.


꿈을 향한 길이 너무 고단하고, 현실의 벽이 유독 단단하게 느껴질 때.


신념과 의지로 '내가 해냄!' 의 정석을 보여준 서머싯 몸의 삶을 돌이켜보자.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는 이른바 이상과 꿈을 뜻하는 '달'과, 현실을 의미하는 '6펜스'라는 대조적인 인 의미를 지닌 두 소재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그는 '달'과 '6펜스' 사이에서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야말로 '달'을 향해 전진하는 동력이 틀림 없다는 것이다.


치열함 끝에 마침내 달에 다가간 그의 삶은 지금 사회의 많은 이들에게도 동경과 찬사를 일으킬만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피상적인 측면에서 그 무언가는 그가 거머쥐었던 돈이나 명예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계열을 돌려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게된다.


때때로 찾아왔을 갈등과 번민. 


문학이라는 꿈을 향한 쉽지 않은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신념'과 '열정'이야말로 지금도 유효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성공'의 단면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치열한 땀과 고민의 시간들을 서머싯 몸의 삶을 통해 느껴보자.


그리고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당신이라면, 기꺼이 그 꿈을 향한 하나의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기를 서머싯 몸은 진정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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