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욕심
필자의 자녀들이 현재의 일터를 가지기까지 거쳐왔던 지난한 과정들을 알기에, 김 군과 같은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남다르다. 늘 애틋함과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늘의 만남은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는 여의도의 조그만 식당에서 가지기로 했다.
아버지뻘 되는 어른과의 저녁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듯, 김 군이 어색해한다. 그러나 얼굴은 이전보다 밝아 보였다.
"요즘에는 뭔가 저의 미래에 대해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예전보다는 마음이 좀 편합니다."
"다행이군.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것과 나침반을 들고 찾아가는 것은 다르지요."
"지난번 헤어지실 때, 저에게 말씀하셨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보자 한 것이네. 이 곳은 평범한 사람도 꿈이 있으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장소이네. 자네에게 뜻있는 시간이 될 듯하군."
장소를 선정한 이유와 함께 이야기 한잔을 마신다. 그에게도 꿈 한잔을 권했다.
당신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은가? 당신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것은 무엇이며, 그중 무엇을 내어놓을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는 있는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저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 투정만 부리는 욕심쟁이일 뿐이다.
투자와 위험, 그리고 수익의 관계는 주식 투자나 사업과 같은 경제적 행위뿐만이 아니라, 지위나 명예와 같은 사회적 성취, 외국어 습득과 버킷리스트와 같은 자기 계발과 자아 성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투자론의 기본이다.
돈이 전부가 된 세상,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빚투(주식)와 영끌(부동산)로, 또 다른 누군가는 장사나 사업으로 그것을 이루고 싶어 한다.
각자가 기대하는 목표가 다르겠지만, 가령 100억을 벌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과 욕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꿈인가 욕심인가?
꿈과 욕심은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 것을 구분하는 것은 모든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자신의 목표가 합리적인 지를 판단하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첫 단계이다.
조그만 참치 가게로 시작해서, 지금은 국내외 미스터리 쇼핑의 거목이 되었고, 1인 기업가이자 창업 컨설팅계의 유명인사가 된 아주 가까운 고교 후배의 이야기이다. 그는 우리가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그의 성장과정은 꿈과 욕심을 설명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예가 될 것 같다.
그는 쌍용화재보험의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가 망하면서 새로운 삶을 선택해야만 하였다. 그 후로 소식을 알 수 없었던 후배는, 2년이 지나고서야 여의도 백화점 지하에 조그만 식당을 내었다며 소식을 전해 왔다.
반가운 마음에 그를 찾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여의도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몰려 있는 한국의 맨해튼이다. 여의도 백화점은 오래된 건물로 지하층은 식당가이다. 빌딩의 대부분이 조그마한 개인 사무실들로 채워진, 백화점 기능이 거의 없는 건물이었다. 아직 인테리어를 준비 중인 20평쯤 되어 보이는 작은 가게였다.
그는 월급쟁이로서의 수동적인 삶을 버리기 위해서, 이직 대신에 독립적인 사업가를 꿈꾸며 창업을 결심하였다. 결심이 서자, 자신이 좋아하던 일식 요리를 배우기 위해,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을 가지고 일본 유학을 떠났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하였기에, 돌아와서는 망설임 없이 참치 전문점을 열기 위해서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나는 후배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몇 가지 아이디어들을 조언하였다.
그 지역의 주요 고객들은 대부분 금융 관련 종사자들이라 참치 전문점을 찾는다면, 영업적 목적에서라도 대부분 고급스러운 가게들을 찾을 것이기에, 금융인 인적 네트워크의 활용에 대하여 아이디어를 주었다. 나 스스로도 가망고객을 늘려주기 위해 금융계 지인들을 동행하여 방문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재방문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명함을 수집해 고객 DB를 구축하여 충성고객을 만드는데 주력하라고 했다.
더불어 소규모 사무실이 많은 여의도 백화점의 특성상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쓸데없는 낭비가 될 수 있으니, 차라리 좌석들 벽면에 건물 입주자들의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홍보 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게 고려해 보라 했다. 인테리어 비용 절감도 이유이지만, 홍보 수단이 부족한 작은 회사들 입장에서는, 점심 한 끼를 먹더라도 자기 회사 홍보물이 있는 곳에 애정이 더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의도는 소득 수준이 높아 입맛이 까다로운 고객군이 주 고객이기에, 겉모양은 허름해도 유명 맛집이 많다. 결국 맛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고객 DB와 홍보 공간 제공의 힘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홍보 공간을 제공받은 회사들은 단골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제품을 경품으로 내놓았고, 민과장은 매주 계산대 앞 항아리에 모인 고객들의 명함 중에서 추첨을 하여, 고객들이 선물을 받는 행운과 작은 기쁨을 주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보험회사에서 쌓은 고객 관리 경험을 활용해, 고객 명함들을 엑셀로 저장 관리하며, 문자와 통화를 통해 고객 안부를 묻고, 참치가 새로 들어오는 날을 알려주는 등 소통을 쌓아 나갔다. 2000년대 초반 그 당시로서는 DB의 활용이 적극적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카카오가 전 국민을 DB로 하여 문어발 식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그는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에도 가게를 내는 놀라운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진짜 기적은 다른 데서 시작되었다. 글로벌 전직지원 컨설팅 회사에서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 제의가 온 것이다.
아무도 몰랐지만 그는 가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민과장의 창업 일기"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었다.
오전에는 재료 준비를 하고, 점심과 저녁 영업에 이어 가게를 정리하면, 밤 12시가 넘는다. 늦은 시간에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이 짬을 내어 꾸준히 일기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의 성실함과 노력이라는 자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일기를 보고 강연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그 후 그는 외식업 종사자의 한계를 넘어 창업 강사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 억대 수입을 올리는 1인 기업가를 거쳐, 외제차와 럭셔리 명품 회사들을 고객으로 하는 미스터리 쇼핑 기업의 수장이 되었다. 그가 바라 왔던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의 성장과정을 본 주제에 적용해보자.
그의 꿈은 수동적인 월급쟁이를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에서 기업가가 되어 주도적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여유자금을 모두 투자하여 참치 가게로 도전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가 투자한 것은 돈만이 아니다. 직장이라는 안전한 둥지를 박차는 위험 감수와 참치 요리 기술 습득을 위한 일본 유학. 그리고 고된 노동 후의 달콤한 수면을 대신해, 고객관리 DB와 일기를 쓰는 시간 투자. 무엇보다도 꿈을 이루고자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꾸준한 성실함까지 투자한 것이다.
"투자는 무엇으로 하는가?"는 다른 글에서 설명될 것이다.
더불어 그는 급여 근로자를 포기한 순간과 함께, 가게 창업과 가족의 생계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성장의 각 단계마다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였다.
그의 투자와 위험 부담은 꿈을 이루는 결과(수익)로 돌아왔다.
꿈과 욕심의 차이는 위험부담과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놓느냐 마느냐 하는 헌신의 여부에 있다.
감이 먹고 싶으면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지 마라. 그것은 욕심이다. 꿈을 가진 자는 나무에서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며 나무에 기어오르는 노동력이라도 투자한다.
그대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행동하지 않는 망설임으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공상은 투자가 아니다. 결과란 행동을 하고서야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짜를 바라며 노력이라는 행동을 끈기 있게 하지 못한다.
해보기는 했는가? 하지 않고 바라는 것, 그것이 바로 욕심이다.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지 마라. 그것은 패배자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목마르니 물을 찾는 것은 본능일 뿐, 영원한 갈증을 풀고자 하는 사람은 우물을 판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행동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바란다면 그것이 욕심이다.
이제 여러분은 투자론의 기본 명제인 투자와 위험부담 그리고 수익의 관계를 잊지 마라.
김 군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지금 이 가게가 그때의 참치 가게인가요?"
"그래요. 그래서 자네를 여기서 보자고 한 거네. 지금은 다른 분이 운영을 하고."
그때 주인장이 서비스 회를 덤으로 가져 준다. 할 수 없이 술 한 병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