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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20. 2020

기대수익과 초과수익

4강 신화는 기적이다

여의도 참치 가게에서의 대화는 술병이 두병으로 늘어나며 이어졌다.


"참치 가게로 자네를 부른 이유를 아시겠나?"

"그분의 이야기에 느껴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럼 오늘 식사는 권군이 사는 건가? 세상 일에 공짜는 없지."


순간, 군의 당황한 듯한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제가 모셔야죠. 그런데 제가... "

"걱정 마시게, 농담이니까. 그러나 언제나 위험이 자네와 함께 하니 조심하시게."


아재 농담과 함께 자리가 익어간다.


"군, 자네도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그때 저는 너무 어려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렴풋이 있습니다."





4강 신화, 기대 수익 이상의 초과 수익


오래전 일이다. 꿈과 욕심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이다.


마케팅 팀장으로 인사발령이 나고 얼마 뒤, 경제 신문사로부터 "욕심"에 관한 칼럼을 요청받았다.


난감한 소재였지만 어찌 보면 금융기관의 마케팅 팀장에게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주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흔히 듣는 단어이기도 했고, 그때는 증권시장이 주가 상승으로 투자 열기가 뜨겁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욕심"을 설명할 적절한 소재를 찾았다.


그 당시는 월드컵의 흥분과 무엇이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뒤풀이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기적. 그 결과에만 도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이 없다면 후일의 결과는 또다시 기적으로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4강의 기적은 단순히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리스크가 큰 투자였다.


"Dreams come true!"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 슬로건은, 온 국민에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그 마법 주문은 모두를 붉은 악마가 되게 하여, 거리와 광장을 물들이고, 매 경기마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게 하였다.


예선전과 16강전, 그리고 8강전과 4강 준결승전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우승도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무엇이던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용솟음쳤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국 대표팀은 단 한차례도 16강 진출을 이룬 적이 없었으며, 본선을 대비한 여러 평가전에서도 반복된 졸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온갖 비난을 받고 있었으며 경질 요구까지 대두되고 있었다. 조별 예선 통과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4강은 감히 기대할 수 없는 꿈이었다.


그러하기에 매 경기가 더욱 가슴을 졸이는 한 편의 드라마였고 4강 진입은 감독과 선수를 영웅으로 만들며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및 국민적 자신감 같은 엄청나 무형의 이익까지 얻게 된 4강의 기적은 단순히 히딩크 감독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투자와 매우 큰 리스크를 부담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모두가 대회의 결과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신화 탄생이 가능했던 것은 운도 욕심도 아닌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며 얻어낸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우선 국가적 투자의 측면에서 보면, 개최 국가로서 수많은 대형 경기장과 그에 따른 인프라 건설 등에 천문학적인 국가 자금을 투입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국가대표가 조별 리그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관중 동원을 비롯한 대회의 흥행과 국가 이미지를 포함하여,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큰 손해가 발생하는 실패한 투자가 될 것이다.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국가대표팀을 이끌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가 데리고 온 전략분석가와 트레이너 등을 포함한 대규모 코칭스테프들을 구성하고, 그들에게 그 당시로는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연봉을 투자하였다. 또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국내 및 해외 원정 훈련과 국가대표 평가전 등의 지원에도 많은 자금을 투입하였다.


그 외에도, 과거 같으면 쉽지 않은 국가대표 훈련을 위한 시즌 중 선수 차출에 대한 K리그 감독들의 협조. 히딩크 감독과 대중의 소통을 위한 전담 홍보팀. 실망스러운 평가전 성적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인내하며 감독에 대한 신임을 유지한 협회의 결단과 지원 등등 행정적 투자까지 있었다. 과거의 한국 축구 대표팀이었다면 이미 감독이 바뀌어도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길거리 응원전을 지원한 기업과 지자체, 참여 유도를 위해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들과 언론 및 방송,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열정과 단결은 가장 규모가 큰 정신적 투자였다.


이것들이 기대 목표였던 16강을 뛰어넘어 4강 신화를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금전 투자와 행정지원 투자만 있었다면 기대 목표였던 16강 진출만으로 만족하고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재정적, 행정적, 심리적 분야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에 이루어낸 결과이다.


기적은 단순히 기대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결과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과 합리적인 집행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기적은 초과수익이다


기적이란 합리적인 목표 기대수익의 달성이 아니라, 그 이상의 초과 수익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화는 초과 수익이다.


기대 수익이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있다. 기대를 넘었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신화가 된다. 그러므로 항상 초과수익을 기대한다면, 근본적인 투자 결정에 장애가 발생할 것이다. 신화, 다시 말해 초과수익은 예상치 않은 보너스라 생각해야 한다.


BTS는 음악계뿐만 아니라 투자 시장에서도 신화가 되었다. 데뷔 초기에, 한국인이 빌보드 차트의 선두자리를 지속적으로 점령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기대가치가 높아질 수는 있으나 항상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이미 높아진 기대에다, 보다 큰 초과 수익을 바라고 투자가 되면 위기가 올 것이다. 신화는 일상이 되고, 신화 속의 신화를 기대한다면, 그것이 때로는 환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지나친 버블의 발생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군은 이제 관계가 편해졌는지 멋쩍은 농담 하나를 던진다.


"저는 아이돌 그룹 '신화'만 생각했는데..."

"그 친구들도 아이돌 그룹으로 그 정도가 되었으면 신화는 맞지. 아무튼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려면, 자신이 부담하는 투자와 위험에 합당한 수익을 기대해야 하네. 초과 수익은 보너스이자 기적과 같은 것이므로 그것을 일반화시키면 투자의 원래 목적을 잃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자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권군이 지루해하지는 않는 것 같아 술기운을 빌려 이야기 하나를 더 보탠다



신화는 기적이다.

초과수익은 기대수익을 넘는 기적이다.

초과수익의 반복은 가치 평가의 실패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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