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시간
이번에는 준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 지수 씨,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요…”
“… 같이 살래요?”
“네…?”
“집이 작지는 않습니다.
이사를 갈까 고민도 했었는데,
지수 씨 집 근처로 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이렇게 같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걱정도 되고… 같이 있으면 좋기도 하고요.”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저희 만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었는데요?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물어봅시다!”
“네??”
준혁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캠핑장 옆 텐트로 향했다.
“동석아!!”
“어, 왜 안 자냐? 한잔 더 하자는 거냐?”
“나, 지수 씨랑 우리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어.”
“…어, 그래? 좋네! 돈 낭비도 안 되고.”
동석 아내도 곧이어 말했다.
“오빠, 좋은 생각이에요. 오빠 나이도 있은데, 정말 좋은데요?”
동석도 한마디 보탰다.
“맞아, 혼자 지내기엔 너네 집 너무 칙칙했어. 지수 씨랑 살면 활기차고 좋지!”
잠시 후 돌아온 준혁.
“지수 씨, 방금 동석이한테 말했어요.
지수 씨랑 같이 살기로 했다고. 돈 낭비도 안 되고,
집이 크고 칙칙한데 지수 씨 같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언제 이사 가면 되나요?”
“당장 오셔도 되죠!!! 내일 바로 이사업체 부를까요!?”
“대신! 저 많이 이뻐해줘야 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 존중해줘야 해요.”
“당연하죠! 저는 지수 씨가 하는 일, 전부 좋아요.
상처를 덮어주는 타투도 너무 의미 있고…
지수 씨 자체가 너무 멋져요.”
“그런데… 저희 아직… 뽀뽀도 안 했는데 같이 사는 게…”
준혁은 말없이 웃으며 지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키스가… 긴 시간의 고요한 마음으로 이어졌다.
밤은 그렇게, 깊어졌다.
다음 날 아침.
“어우~ 오랜만에 나와서 좋다야!”
동석이 말했다.
“지수 씨, 같이 살기로 했다면서요?”
“네…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동석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아니에요!
아주 그냥 천생연분이에요!
그냥 같이 가버리는 거죠!”
동석 아내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둘이 행복하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준혁 오빠를 저런 얼굴로 만든 건 지수 씨가 처음이에요.
저희는 완전 찬성이에요!”
동석이 웃으며 덧붙였다.
“맞아요. 저 녀석 요즘 행복 그 자체예요.
그리고… 지수 씨, 저 녀석 돈 많아요.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모두가 웃으며 아침을 함께했다.
차 안, 준혁이 물었다.
“지수 씨! 지금 바로 이사하실까요?”
“음… 정리를 좀 하고, 이번 주말에 이사 가면 어때요?”
“좋아요! 방도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지수를 데려다준 후
준혁은 바로 집으로 돌아와 청소와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수는 조용한 방에서 문득 혼잣말을 했다.
“이제 누군가와 함께 사는구나…
누군가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생겼구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어, 지수야?”
“나 이번 주말에 준혁 씨 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어. 같이 살려고!”
“어머머!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 먼저 올라간다더니! 한 달 된 거 맞지?!”
“맞아… 근데 그냥 같이 있고 싶어.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좋아.”
“그래, 지수야. 재미있게 살아!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고!
그리고… 행복해 줘서 고마워. 집들이 꼭 불러!”
“응, 고마워 언니.”
며칠 뒤, 지수와 함께 백화점에서 만난 준혁.
“지수 씨, 집이 너무 검정검정하잖아요. 지수 씨 오시니까 좀 바꾸고 싶어서요!”
“검정검정이… 전자제품 말하는 거죠?”
“네, 그리고 지수 씨 취향에 맞는 침대나 가구도… 어떤 스타일인지 몰라서요.”
“ 굳이 바꿔야 하나요? 전 괜찮아요.”
“지수 씨랑 같은 공간에 같이 사용할 건데 이쁜 거 하고 싶어요”
결국 준혁은 동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봉사 다닌다는 데 있잖아. 가전제품 필요하다고 했지?”
“어! 보육원. 세탁기랑 냉장고 상태가 안 좋다고 하더라.”
“우리 집에 있던 거 기부해도 될까?”
“진짜?? 너무 좋지!! 바로 얘기할게!”
준혁은 웃으며 지수에게 말했다.
“그 제품들, 좋은 데로 보낼 수 있게 됐어요. 괜찮죠?”
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준혁 씨…
다음에는 저를 위해 무리해서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좋은 가전제품보다, 준혁 씨랑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로망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 집을 우리 손으로 꾸미는 거요.
이번 한 번만, 이해해 줘요.”
“네… 고마워요.”
너무 들뜬 준혁은
가전제품을 무조건 최고급,
비싼 것만 찾다가 지수에게 혼이 났다.
하지만 그마저도 너무 즐거웠다.
지수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목요일 저녁.
지수가 집에 도착하자, 집 앞에서 준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혁 씨?”
“아, 지수 씨! 수도 문제로요… 잘 곳이 없어서… 무작정 왔습니다!”
“수도요? 일단 들어가요!”
집 안에 들어온 준혁은 자세히 설명했다.
“화장실 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결국 전체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냄새 빠지는데 이틀 걸린대요. 주말에 이사 가능하대요!”
“그럼… 다음 주에 에 이사할까요?”
“아뇨 내일이면 다 빠진데요 그래서 그냥 계획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그런데 이삿짐으로 준혁 씨 불편하겠어요!''
''저 지수 씨랑 같은 침대에서 잘 건데요?''
“…네? 침대가 작은데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안돼요! 커플이자 연인인데, 당연히 같이 자야죠!”
지수는 얼굴을 붉히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잠이 들었다.
그리고 주말, 이삿날이 되었다.
정신없이 짐을 나르고 정리를 하던 중,
새로 주문한 가전제품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5시간에 걸친 정리 끝에,
지수는 거실에서 준혁에게 물었다.
“벽지랑… 바닥이 바뀐 거죠?”
“네. 원래 어두운 색이었어요. 지수 씨와 고른 제품들에 어울리게 했죠.”
“근데 저희가 산 제품이랑 인테리어가 너무 잘 어울려요! 미리 예상하신 거예요?”
“네 이왕 바꾸는 거 제가 벽지랑 바닥 선택했죠!!''
''그런데 벽만 문제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니요!! 바닥도 문제가 있었어요!!!
무슨 문제요? 그냥 물 아니에요?
그게 스며 들어서 깨지고 들뜨고!! 막!!! 그랬어요''
사실은 준혁이 구매한 제품을 들고 인테리어를 찾아갔다.
그리고 제품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해달라고 했다.
벽지, 바다, 수도 등등 모든 면을 그것도 4일 만에
비용은 견적서 2배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4일간 준혁의 집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4일 만에 전체 인테리어를 끝낼 수 있었다.
잠시 후, 짜장면을 시켜 먹고 늦은 밤까지 청소와 정리를 마쳤다.
씻고 나오니,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소파에서 둘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눈을 뜬 준혁은 곤히 자고 있는 지수 씨가 깨지 않게
러닝 준비를 마치고 지수 씨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 러닝을 하러 갔다.
러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준혁.
현관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