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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 크루거 효과와 백설공주 거울

by 우선열


더닝 크루거 효과란 초보자는 확신에 차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전문가는 타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허의 합의 효과'의 영향을 받아 겸손해진다는 학설이다


여자들에게는 백설공주 거울이 있다. 혼자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물을 경우 10중 8~9는 ' 나'라고 대답한다.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한민족 여인네들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이 무슨 망발이야" 하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는 여심들이다.사람에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딸이 아버지 닮은 배우자를, 아들이 어머니 닮은 짝을 찾는 이유이다. 매일 거울을 보는 내 얼굴이 익숙하니 자신이 예쁜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것이다.나쁘지는 않다.

선천적으로 생겨먹은 것을 후천적으로 고칠 수는 없다면 시대착오적 망발일까?. 성형미인이 대세인 요즘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판 불변의 법칙은 있다. 어느 정도 고칠 수는 있으나 한계가 있으니 원판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겠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유전자 자체를 바꿀 수가 있다 하니 원판부터 바뀌고 원판불변의 법칙이 소용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아무튼 현시점에서는 성형이 대세라 하더라도 원판 불변의 법칙 내에서가 아닌가 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대해 말하면서 백설공주 거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겸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여자들의 70~80 % 가 자신이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는데,나도 혼자 거을을 볼 때는 내가 괜찮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친구들은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내가 예쁜 척을 하면 어느 정도 안심을 하는 분위기이다.

"재 정도가 이쁜 거면 나는 꽤 괜찮은 거지"

내심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공적인 장소에서 가끔 예쁜 척을 하는 이유이다. 그런 나를 보고 많은 여자들이 자기 충족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같은 것이다.


그저 그런 미모의 친구가 있다. 백설 거울에서는 제가 제일 예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체구도 작고 병약하여 내가 보기에 자랑할 만한 미모는 아니다

"저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있어요, 내가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옷이거든요, 입고 나갔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더라고요, 모두 나만 쳐다봐요, 그 후론 그 옷 안 입어요. 사람들 눈에 띄는 게 싫거든요"

그녀가 내게 한말이다. 그녀의 소심한 성격 탓인가 보다 하기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정말로 자신의 미모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알차게 꾸려 가는 사람이었지만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점은 없었다.평소에는 소시민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조금은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그만 체구가 주변 사람에게는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주기도 했다

.

"이만하면 나도 괜찮지 않아?"

모자가 어울린다는 그녀의 말에 조금 과장스런 제스처를 보이고 난 후였다. 내가 예쁜척하는 걸 보고 순간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다. 여자가 자신의 미모가 출중하다고 믿고 있다면 자신감은 업그레이드 된다. 크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 더 높앗다면 세계역사가 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에게서 잠깐 반짝이던 눈빛이나 빛나던 피부는 내부에서 올라오는 자신감이 분명했다.


백설 거울에도 초보와 전문가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만년 초보로 살고 싶다.세상에서 가장 예쁜 게 나라고 소리쳐 보련다. 평범한 내가 보이는 자신감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 과한 과대망사상을 갖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힘겨운 소시민의 삶에 주눅 들어고 기죽어 살다가한 순간쯤은 백설공주가 되어 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크루거 효과에서는 겸손이 미덕이겠지만 평생을 소시민으로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 한 번쯤 혼자 백설공주가 되어 보는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귀여운 과대망상증은 있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아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이 위험한 것이다

더닝크루거 효과가 백설공주 앞에서는 조금 무색해져도 괜찮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거울앞에서 모든 여자들이 제일 예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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