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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피기를 기다리며

by 우선열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마지막 구절이다

봉은사 홍매화를 보러 가는 내 마음 같다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것을 번연히 알고 있건만 이맘때만 되면 좌불안석, 발길을 재촉하고 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남쪽의 매화 소식에 호미 들고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인데

변덕스러운 봄날이 기습공격하듯 쳐들어와 아무렇지도 않게 또아리를 트니

등 언저리가 간질간질, 몸은 저절로 밖을 향한다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 일 것이었다'

이번 해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정확히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결 조마조마하다

행여 꽃소식을 놓쳐 버리고 마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이다


작년에는 선정릉 복수초며, 봉은사 홍매화, 길상사 영춘화 개화 소식을 해박한 지식과 함께 알려주시던

선배 문우 박관식 님 덕분에 호사스러운 봄을 누렸다

길들여진 호사에 벗어나지 못하니 새삼 선배님의 빈자리가 허전하기만 하다

엄격한 자세와 해박한 지식, 한결같이 지켜 주시던 자리가 눈앞에 선한데

당분간은 선배님의 빈자리를 감당해 내야 한다


나야 작년 한 해 호사를 누렸으니 아쉽고 서운하기는 하나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안되리라 마음을 잡을 수 있지만

올해 신입회원들은 박관식 선생님의 봄 안내를 받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행히 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 중이라 하니

홍매화가 만개하면 병석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주시지 않을까?

홍매화도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싶어 꾸물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훌륭한 스승님을 모시는 건 물론이고 좋은 선배나 문우를 만나는 것도 생의 큰 기쁨이다

행복한 글쓰기에서 누리는 이런 행복이 좋다

좋은 일에는 궂은 일이 따르고 궂은 일에도 좋은 일이 따르는 법이니

행복한 글쓰기에서 좋은 선배와 문우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겪어야 하는 이별도 있다


특히 건강이 이유가 되면 안타까움이 두 배이다

작년에는 허철욱 부회장님의 건강으로 마음을 졸였는데 쾌차하시니

이번 해에는 더 건강해진 모습을 자주 뵈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치료를 시작한 박관식 님도

홍매화 꽃망울 터지듯 기세 좋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오는 길목, 홍매화 피기를 기다리며 모두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내가 몸이 아프면 주변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도 건강을 지키려 노력해야 하고

빨리 쾌차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고 건강관리를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번 봄, 만개한 홍매화는 모두 건강한 몸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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