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18

사무실이사

by 우선열

회장의 지시대로 경비를 줄이기 위한 작은 사무실 임대를 알아보는 우리에게 정 부장 일당의 반대가 극심했다. 전철역에서 멀어 고객 유치가 어렵다는 둥 출퇴근이 어려워 영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둥 갖가지 이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50억 매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회장을 혼란시켰다. 나와 이 이사는 가능성만으로 현실을 탈피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경비를 줄이며 우리의 힘으로 어려움을 해소해 나갈 방도를 찾아야 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사인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남아도는 사무집기를 처분했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집기는 임시 맡겨 놓을 곳을 찾기도 하고 최소한의 이삿짐만 챙겨야 했다. 정실장과의 절충으로 우리는 작지만 역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이삿짐마저 풀지 못하고 사무실 한켠에 쌓아 놓아야 했다. 임시 거처로 한두 달 이후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옮길 요량이었다

이사를 하며 회장은 중대 발표를 했다.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모든 직원의 급여를 동결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밀린 급여도 만만치가 않으니 직원들도 어렵지만 회사도 월 말만 되면 급여 독촉에 업무가 마비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급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하는 일은 나나 이 이사도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현명한 조치 같기도 했다. 일하지 않고 밀린 급여 만 기다리는 직원들을 탓할 수만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급여는 없앴지만 판매수당을 높여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조치도 있었다. 사내는 다시 한번 술렁였다. 밀린 급여로 회장을 압박하던 직원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회장은 밀린 급여를 정산해 주겠다는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경비를 챙기던 정 부장 일행은 공식적인 무급여 발표에 밀린 급여를 주겠다는 각서를 받고 회사를 사퇴했다. 남은 직원들은 수당이 높으니 일을 하면 적지 않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며

심기일전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했지만 그 가운데에도 몇몇은 불평불만을 일삼았다. 차 전무 일행이었다. 회사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이니 횡포는 더 심했다. 은근히 강 부장을 부추겨 각서 가지고 부족하sl 밀린 급여 몫으로 회사 물건을 압류하자는 의견을 공공연히 내세웠다. 노회한 강 부장은 차 전무에게 휘둘리지는 않았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사니 어떤 경우에도 회사에 근본적인 타격을 가할 수는 없다는 강 부장의 의견이었다. 경영 전반에 걸쳐보면 강 부장의 업적은 회사에 야금야금 손실을 주고 있었지만 조금씩 들어오는 경비로 겨우겨우 회사를 지탱해 나가고 있으니 탓할 일도 못되었다. 강 부장의 주장대로 강 부장의 업적이 없었다면 벌Tj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조금씩 올린 강 부장 부서의 실적으로 최소한의 회사 경비를 지출할 수 있었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며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 강 부장이다.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그녀의 횡포는 힘들었지만 우리는 필요 악인 강 부장의 업적을 인정해야 했다.


무능하고 의욕 없는 신 전무 때문에 힘들었던 나는 차 전무의 영입을 적극 원했었다. 차분하고 빈틈없이 꼼꼼하며 일에 대한 열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 한두 달 정도 밀린 급여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규모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는 얼마 안 가 무너졌다.

회사의 형편에 맞지 않은 이런저런 조건을 제시했고 그런 조건을 만드느라 회사는 더 많은 경비 지출을 해야 했다. 결국 조건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차 전무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실적을 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모든 책임을 회사로 돌리며 직원들을 선동했다.

사람들의 속성은 편한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힘들게 일하기보다는 힘든 모든 원인을 모든 회사 측으로 돌려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고 싶어 했다. 차 전무에 의해 회사는 부적절한 물건을 팔며 직원들 급여를 떼먹는 나쁜 회사가 되어 갔다. 몇 안되는 직원들마저 파벌이 생겼다. 어떻게든 일을 하여 어려움을 이겨 보려는 그룹과

끝까지 회장의 고혈을 짜내어 자기들의 이익을 취해 보려는 그룹이다. 쉽고 편한 쪽으로 기우는 사람들의 속성이니 차 전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의 감언이설에는 녹아들었다

강 부장은 곡예하듯 회사 측과 차 전무의 사이를 오가며 이악스럽게 자신의 이익을 챙겨 갔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환자처럼 강 부장의 매출로 근근 회사 경영을 유지하지만 내부는 더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이사와 나는 회사 문을 닫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지만 회장이 짊어질 법적 경제적 손실을 간과해 버릴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 적을 올려 당면한 시급한 문제라도 해결하고 싶었다. 좋은 물건들이 창고에서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눈치 빠른 윤 부장은 재빨리 차 전무 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