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어쩌다 내리는 비조차 감미로운 봄!
꽃들이 다투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나무마다 초록빛 물이 듭니다
이맘때 초록은 무궁무진, 나무마다 같은 듯 다릅니다
아주 연한 연둣빛에 흰빛이 감돌기도 하고 노랑, 빨강이 섞인 것도 같고
보랏빛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마다 고유의 초록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마치 커다란 캔버스에 온갖 종류의 연두색 파스텔을 뭉개 놓은 듯합니다.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푸른빛, 초록의 향연이라 할만합니다.
초록 중에서도 아기 초록, 아직 아무런 때도 묻지 않은 순수한 빛입니다
조금 더 햇살이 강해지면 나뭇잎은 성장해서 짙어지고 지쳐가며 마침내 낙엽 되어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 4월의 나뭇잎은 갓 태어난 아기를 닮은 순진무구한 연둣빛입니다.
꽃의 아름다움과 견줄 수 없는 고유의 매력,
봄꽃의 아름다움에 환호하면서 마음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버리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집니다
할 수 있다면 내 가방 속에 봄의 연둣빛을 가득 담고 싶습니다만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세상 만물에 그림자가 따른 듯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감당해 내야 할 몫이 있기 마련입니다
한없이 여린 연둣빛 싹이 돋기 위해 북풍한설을 꿋꿋이 견뎌야 했던 것처럼
봄이 되면 연두의 아름다움을 참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밖으로 뛰쳐나가고 맙니다
마음껏 아름다움을 누리려면 그만큼 감내해야 할 아픔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내게는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습니다
봄의 연두에 환호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미치고 팔딱 뛰게 가렵다'는 환자분도 계십니다"
눈 가려움을 호소하는 내게 담당 안과 의사가 하던 말입니다
아픔을 이해해 주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그해 봄은 견딜만했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연둣빛 초록의 절정 속에서 나른한 햇살을 즐길 무렵,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맙니다
가장 약한 눈에서 시작하여 비염으로 피부 가려움증으로 영역을 넓혀갑니다
조금 일찍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면 가볍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올해처럼 변덕을 부리며 찾아오는 봄 날씨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 가려움증과 싸워야 하고 연거푸 일어나는 재채기 소리에 나도 놀랍니다
여기저기 긁어 대느라 손도 바쁜 계절입니다
가방 안에는 연둣빛 봄대신 알레르기 약병이 가득합니다
먹는 알약이 들어 있기도 하고 알레르기 결막염 약도 있습니다
알레르기 결막염 걸리면 눈에 넣는 약이 세 가지가 됩니다
서너 시간마다 한 번씩 넣으라는 복용 법에 따라야 합니다
외출할 때마다 열심히 가방 안에 챙겨 넣지만 시간 맞춰 투약하기는 힘들더라고요
봄한철 알레르기와 싸워야 합니다
이맘때 따뜻한 날씨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가방 한구석을 차지하는 알레르기 약들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꽃가루가 멈추면 알레르기도 힘을 잃거든요
조금만 견디면 , 시간이 가면 해결되는 일입니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봄맞이를 거부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일이 진리라더군요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북풍한설을 이겨내야 나뭇잎이 돋는 것처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일은 없는 겁니다
가방 속의 알레르기약들이 주는 교훈입니다
견디다 보면 시간이 가고 해결책이 보인다는 진리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온다는 사실,
세상살이 공짜는 없다는 것까지.
이봄, 봄의 아름다움을 실컷 누리고 알레르기약을 가방 속에 챙기며
인생교훈도 얻었으니 이만하면 살아 볼만한 인생살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