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39

50년생 문정희3

by 우선열

그 녀의 계란 바구니는 오래 가지 못했다

건물주가 외국에 거주하여 현 시가를 모르고 있어

주변 시세 보다 현저히 싸게 살 수 있다던 부동산 사장의 말을 믿었는데

대리인이었던 조카가 이중으로 건물의 매매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법률 용어로 쓰인 서류들이 등기 우편으로 날아들고

초주검이 된 부동산 사장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손쉬운 오피스텔이 제일 먼저 남의 손으로 넘어 가고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만만치 않은 변호사 비용이 들어갔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어떻든 빨리 정리되기만을 기다릴 정도가 되어서야

작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산동네 작은 집이었지만 마당이 있어 오밀조밀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었다

아파트의 편리성을 따를 수는 없지만 구석구석 손보는 재미도 있었다

방 한 칸을 기도실로 꾸몄다

광풍같이 지난 일들이 남의 일 같았다

모든 걸 잊고 산속에서 기도에 매달렸던 일들이 생각났다

비록 늙고 지병투성이인 몸뚱이이지만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이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젊은 날 투병 생활에 비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목숨을 건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그 외롭고 무섭던 산속에서의 투병 생활 동안 건강해지기만 하면

다른 아무것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았던 간절한 마음이 떠올랐고

건강한 몸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의 축복에 감사했다

작은 기도실 문을 열어 놓고

그녀는 춥고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었다

조촐한 한 끼 식사라도 나누고 따뜻한 잠자리를 나누어 주고

해박한 그녀의 약초 상식으로 병에 찌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한두 사람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기며

그녀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컸고 도와줄 일손도 필요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했다

그녀는 한때의 경험으로 열심히 일하면

돈은 필요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도 알았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완전 무장을 한다



오랜 투병 생활로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풍성한 가발로 가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단정한 옷매무새가 마음에 드는 날은 사람 들을 만날 때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아직은 6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사람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다

"믿으세요. 믿으셔야 합니다'

강력한 말투로 이야기하면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표적이다

가방 가득 물건에 대한 카탈로그 펼치며 호탕한 웃음을 날리기도 하고

애교 있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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