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생 문정희 4
본능적으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태도를 취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강압적인 태도가 먹히는 사람, 애교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사람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
그때그때 맞게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는 그녀가 자신도 기특하기는 하다
타고난 영업 센스인듯하다
힘없고 지친 영혼들이 쉴 수 있게 기도원을 만들었지만
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없는 법이다
알게 모르게 비용이 들어간다
하다못해 쌀이라도 있어야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병약하고 나이 든 그녀는 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여 잡다한 일을 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현실에서는 지친 몸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이었다
우선은 생계유지를 위한 돈을 벌어야 했다
시장 바닥에서 억척스레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슨 일이던 닥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는 않았다
늙고 병든 여자를 종업원으로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행상이라도 하려면 최소 투자금액이 필요했다
맨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영업을 택했다
영업현장에서는 나이는 많지만 단정한 매무새와 그녀의 경력을 존중해 주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든 가방을 차곡차곡 챙기는 것으로 그녀의 일과는 시작된다
빈틈없이 요령 있게 넣어야 어디서든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꺼낼 수 있고
가방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화수분 같다며 계속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가방 속 물건들을 신기해하는 동료들이다
맨몸으로 부딪치는 세상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녀가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 보기도 했고
같이 기도를 하던 간절한 소망이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믿으세요, 믿으셔야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그녀가 점찍은 고객들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솔깃 그녀에게 귀를 기울여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