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45

63년생 조태숙 1, 여장부

by 우선열

속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여장부라고 부른다

작고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절도 있는 행동,

결론을 이끌어 내는 명쾌한 말,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성품이 그녀를 큰 그릇으로 보이게 하는 듯하다

담배를 꼬나물며 초연한 척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돌아서며 커다란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녀를 유쾌한 여걸이라 생각했었다


그녀를 처음 본 건 늦둥이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였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엄마들의 마음이야 다 같이 대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지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나이 50 가까이 되어서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나는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느낌이었달까

아이들이 또래 입학생들을 호기심으로 살피는 동안

나도 학부모들의 동향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첫 만남의 긴장감과 어색함 속에서도 관심을 끄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내 주위에는 늦둥이 엄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나는 어느새 왕 언니라 불리고 있었는데

한발 자욱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였다

이런 날에는 낯 설움과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누구든 약간은 과정 된 친밀함을 보이며

가까이 다가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두어 시간 동안

팔짱을 낀 자세로 그녀는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

유난히 개구저 보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동안에 스쳐 지나는 따뜻한 눈빛의 변화가 없다면

마치 정지된 화면 같았다

다부져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고 초연해 보이기도 했다


입학 후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길목에서 몇 번 마주치며

가벼운 목례를 나누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가 모래밭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오는 날에는 예외 없이 도경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도경이가 학교에 인라인스케이트 신발을 신고 왔다며

바퀴 달린 신발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저희 반에서 제일 예쁜 영인이가 도경이 보다 자기를 더 좋아한다며

영인이가 나누어 준 지우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그런데 엄마, 도경이는 이제 엄마랑 같이 안 산대

아빠가 많이 아파서 도경이는 할머니 하고 살아야 한대

전학 가면 도경이하고 못 놀겠지?" 했다
곧 방학이 되었고 아이는 자연스레 도경이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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