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47

63년생 조태숙3, 재취업을 준비하다

by 우선열


10여 년의  경력단절에 후반부는 남편의 간병으로 거의 사회와 담을 쌓다시피 살았으니

마음을 터놓을 친구조차 제대로 없었던 태숙씨였다.

낯 선 사막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것 같았다. 방향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일단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픈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집 식구들이 인품 좋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큰 버팀목이었다.

엄마가 자립을 하면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아이들과 먼저 했다

아직 철부지 아들과 딸은 여행 가는 엄마를 배웅하는 것처럼 담담해 보였다.

남편 병상에 매달리느라 아이들 돌봄은 거의 시어머님 차지였으니

아이들은 별 차이를 못 느낄 듯도 했다.


식물인간 같은 상태이지만 분위기로 남편은 태숙 씨의 변화를 알고 있는 듯했다.

고개를 외로 돌리며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홀가분해하는 느낌도 있었다.

본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면

태숙씨를 이렇게 오래 곁에 잡아두지 않았을 거 같았다.

시어머님이 얼마간 경제적 지원 의사를 비췄지만 태숙 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남편의 병원비와 태숙씨 가정의 생활비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온 시집에

자신의 독립을 도와달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일어나 보고 싶었다.


수백 통의 이력서를 작성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당장 오갈 수 있는 차비조차 감당이 힘들었다.

식당 주방일 등 가벼운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없는 그녀에게는 문이 높았고

체력이 뒤따라주지 않았다.

어쩌다 걸리는 험한 일도 하루 일에 이틀씩 앓아 누어야 했다.

뭐든 설렁설렁하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 탓도 있었다.

식당 주인도 설거지를 하는 그녀에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일간지 속 구인란을 샅샅이 훑어보던 그녀에게

일 한 만큼 수익을 보장한다는 영업직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경제적 안정을 찾아야 했다.

초보 환영이라는 문구가 그녀를 부추겼다.

아르바이트에서도 초보라고 딱지를 맞던 참이었다.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일이니 일 자체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융화도 문제일듯했다 .

한참 어린 사람들과 상관이나 동료로 맞이해야 한다.

사모님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나이 40이 넘어 신입사원이라는 위치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단정한 슈트 차림의 예의 바르고 명랑한 면접관이 마음에 들었다.

본인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5~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이제껏 태숙씨가 마음먹은 일에 포기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부딪칠 난관쯤은 두렵지 않았다.

"귀하를 모시게 되어 당사로서도 영광입니다 "

회사에서 받은 취업 축하 메시지에서도 자존감이 회복되는 듯했다.

아직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오랜만에 정장을 차려 입고 출근한 회사는 면접을 보던 환경과는 많이 달랐다.

빼곡히 주부사원들이 모인 신입사원 교육장은 시장 바닥을 연상케 했다.

정장 차림의 출근을 요구하던 회사였는데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꼬불꼬불 인디언 파머에 몸뻬 바지 수준이었다.

첫 강의를 맡은 강사에게 음담패설에 준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난장판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농담을 받아 가며 신입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의해

교육장의 질서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오합지졸들을 모아 훌륭한 장수로 키워내는 훈련장 같았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할 것 같았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태숙씨 또래의 여자 강사가 쐐기를 박았다.

경력단절녀가 영업 세계에 발을 들어 놓으며 겪어야 했던 절절한 경험담이었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젖먹이 아이를 안고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영업으로 집을 사기까지

적나라한 경험을 털어 놓았다.

첫 출근날 어색하고 두렵고 의심스러워 뛰쳐 나가고 싶었던 심정을 이야기 할 때는

마치 속 마음을 들킨것 같았다.

한 겨울, 고객의 집 문 앞에서 추위에 떨며 서너시간을 고객이 귀가하기를 기다렸다는 대목에서는

모두들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할 만큼 숙연해졌다.

험한 난관을 거쳐 당당한 영업인으로 성장한 그녀가 위대해 보이기도 했고

도전해 볼만한 일이 될것 같다는 믿음도 생겼다.

앞으로 닥칠일들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거 같았다.

2~3일 전체 교육장에서의 교육이 끝나고 태숙씨는 영업장에 투입되었다.

부서를 배치 받아 실전 교육을 받아야했다


부서장을 필두로 10여명의 부서직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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