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바른 창가에 작은 책상

by 우선열

햇볕 바른 창가에 커다란 책상을 놓는 일,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

소슬바람이 드나들고 햇살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넓은 창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4 철,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가끔 새들이 날아오기도 하겠다.

감나무 같은 과실나무도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

겨울이 되면 나목 높은 곳에 까치밥 하나쯤 오래 달려 있었으면 한다.

빈 나무가지 사이로 새 둥지 하나 보여도 좋겠다.

이루지 못할 꿈이다. 굳이 이루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세상사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감나무 키우고 까치밥을 남겨야 하는 과정의 고달픔을 알아 버렸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도 젊음의 패기가 있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이다.

젊음이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기쁨 아니면 슬픔, 그 단순한 결과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좌절이 들어 있는가를 알아 버렸다.

'하면 된다'는 구호는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절규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만 방법이 다를 수도 있고 길을 잘 못 선택했을 수도 있다

궤도가 어긋나 있다는 걸 빨리 알고 수정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며 오로지 성심을 다했건만 끝내 이루지 못하는 일도 있다.

어찌 개인의 잘못만이겠는가?

얄궂은 천재지변과 사고도 있다

잘 파해 나가는 운 좋은 사람들도 있고 운과의 한판 승부에서 지고 마는 경우도 있다.

그 치열함을 다시 겪어낼 자신은 없지만 그 모든 과정을 겪어 낸 지금이 좋다

욕심과 패기 대신에 여유와 지혜가 있다.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안도감도 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났으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가벼워진 어깨, 발걸음도 가볍다

얼마나 남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천천히 그러나 열심히 가보려 한다

햇볕 바른 창가에 놓인 커다란 책상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책상에 컴퓨터와 커피 한잔 올려놓을 수 있으면 된다

컴퓨터 화면이 놀이터가 된다

사철 변하는 창밖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화려하게 꽃 피던 시절로 돌아가 볼 수도 있다

은 과일을 맺고 싶어 가슴 조이던 날들이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작고 보잘것없는 열매, 어쩌면 제대로 익지도 못한 낙과일 수도 있지만

황금 열매를 꿈꾸던 시절이 부럽지만은 않다

내 것의 소중함을 알아 버렸다

작고 보잘것없어도 유일한 나, 나만이 걸어온 길.

내 작은 책상 컴퓨터 위에서 나는 젊은 날의 꿈을 볼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햇볕 바른 창가에 커단 책상 하나 놓는 일, 그 꿈이 있어 행복했다

작은 책상에서 그 일을 반추해 보는 지금도 행복하다

지금 내 최애 장소는 작은 책상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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