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63

59년생 이윤지 3

by 우선열


이것저것 물어보는 신입직원을 기피하던 기존 직원들도 살갑게 대해주기 시작했고

신입 직원들에게는 우상으로 떠올라 성공사례를 듣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겨 초조하던 심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부장이 말하던 커리어 우먼다운 변화가 내면에서 일어나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솔음이 절로 나오는 것 같았다


연고 계약의 단맛을 보고 나니 힘든 개척 전화가 하기 싫었다

아는 사람과의 통화가 편하니 연고 전화에만 치중하게 되었지만

연고 전화는 적조했던 그간의 이야기까지 해야 하니 상품설명까지 가기가 어려웠다

통화가 끝날 때마다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한정되어 있는 연고보다는 시장이 무한대인 개척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부장은 인품이 넉넉하지만 개척 전화에 대한 노하우가 적었다

타부서에 개척영업의 달인인 부장이 있었지만 성격이 괴팍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루에 한 명쯤 신입사원을 울린다는 것이다

종종 그 부서에서 나는 큰소리에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인품과 능력 사이에서 잠시 갈등이 있었지만 두 아이를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떤 역경이라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헤쳐 나가야 했다

지체 없이 부서 이동을 청해 보았지만 두부장이 모두 난감해 했다

영업조직의 특성상 부서 간 이동은 영업실적과 연관되어 수입에 직결이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돌을 던진 셈이었다

우리 부장은 자신의 무능을 알리는 것 같은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들어냈고

타 부장은 다른 부서 사람을 넘보는 파렴치가 되어 가는 형국이었다

영업이 처음인 나에게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이야기할 기회조차 없었다

직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피하듯 나를 멀리하려 들었다


들으라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옆자리 선배가 다른 회사로 옮겨 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영업사원은 좋은 상품을 찾아 옮기기도 하는데

아직 초보이니 이런 기회에 다른 상품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며 괜찮은 회사를 소개했다

겨우 상품 공부를 마쳤고 자리 잡기 시작한 회사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낯설음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듯했다

퇴근시간이 지난 후 짐 정리를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부서장의 호출이 있었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 같았다

얼마 되지 않은 동안에도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이 부서장의 호출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형국이었을까?

초췌한 얼굴로 들어선 상담실은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사장과 두 부장이 함께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