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73

부동산 영업사원 6

by 우선열


수당 제도

정 차장은 최 부장에게 입의 혀처럼 굴기는 했지만 늘 윤 부장 부서로 전임을 꿈꾸었는데

영업 세계에서 자의로 부서를 옮기는 일은 불문율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수당 제도 때문이다

영업회사의 급여는 수당에 의지한다

주 업무가 판매이니 판매수당이 전부이지만 직원의 경우 충원 수당이라 하여

새 직원을 영입시키는 경우 입사시킨 직원의 수당 일부를 받을 수 있고

부서장은 부서 매출 중 정해진 비율의 수당을 받는다

임원들의 경우 전체 매출의 수당을 받게 된다

부장들이 부서원을 관리하고 임원들이 부장을 관리하는 체재이다

전체적인 규율도 있기는 하지만 부서장의 재량도 크다

회사의 규율에 어긋나지 않는 한 부서의 특색은 부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부서가 한 조직이 되어 회사를 통째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회사와 트러블이 있거나 방침이 맞지 않는 경우이지만

때로는 사익을 위해 조직을 사고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회사도, 직원도, 부장도 촉을 세우고 서로를 감시해야 한다

그녀들은 스스로 사람 장사라고 자신들을 비웃기도 했다

다른 직원과의 교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혹도 많다

회사의 방침은 업무시간에 옆 직원과 말을 주고받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으니

타 부서와의 교류는 더욱 터부시 되었지만 금지된 장난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직원들 사이에 비상 연락망이 형성되어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최 부장의 승진과 정 차장의 부서 이동


첫 계약이 이루어지자 정 차장에게 기존 직원들의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고

오지랖이 넓은 그녀는 어느새 소식통이 되어 있었다

부서 간 이동이 금지되어 있다는 걸 안 후에도 그녀는 호시탐탐 부서 이동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사람 좋은 최 부장은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별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부서 이동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듣고 있던 그녀만이 정 차장을 위태롭게 바라보았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던가,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정 차장의 부서 이동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최 부장의 승진이다

업적으로 보아서는 윤 부장이 일 순위였으나 경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

노련한 최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최 부장 부서에서 부장이 서너 명 배출되었다고 하니 회사에 대한 기여도도 계약 못지않게 크다

욕심 많은 윤 부장도 최 부장의 승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 부서의 알짜 직원을 받겠다는 묵계도 있었겠다

우리 부서는 윤 부장 부서를 자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회사 방침에 따르려는 사람도 있었다

정 차장은 나서서 윤 부장에게 가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그녀와 친해진 이 차장이나 문 차장도 정 차장을 따라나서

그녀만 홀로 회사 측에서 배정한 부서로 가게 되었다

입사 동기임을 자처하며 네 명은 모임을 만들었으니 알게 모르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다

입사 동기의 끈끈한 정이었다


윤 부장 부서에서 정 차장은 종종 마찰을 빚었다

울며 업장을 뒤쳐 나가는 일도 잦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업무에 몰두하기도 했다

이지적인 이 차장은 좀체 표정 변화를 볼 수 없었고

얌전한 문 차장은 가끔 붉으락푸르락 안색이 변하기도 했지만

세 사람은 그럭저럭 윤 부장에게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언니, 신기해, 윤 부장이 시키는 게 터무니없어 보이는데, 되더라니까

그냥 미친척하고 해야 해, 생각하면 절대로 하지 못할 말이거든

첫 통화에 계약금 입금하라면 언니 같으면 하겠어? 그런데 신기해, 돈이 들어와

얼마가 되었든, 돈이 들어오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져. 돈 따라 움직이는 게 사람의 마음인가 봐"

첫 114 계약을 성사시킨 정 차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들은 말이다

"114 공식이야, 공식대로만 하면 돈 벌 수 있을 거 같아

사람에 따라 4단계 5단까지만 가면 100% 성공이야

4, 5단계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만 찾으면 100 % 계약이라니까,

문차장하고는 친해졌어, 동갑이기도 하고 우린 윤 부장이 시키는 대로 하거든,

힘들어도 불평을 안 해, 이 차장 때문에 걱정이야, 아직 통화도 안 하고 있어

저러다 지랄 같은 윤 부장에게 잘리는 거 아닌지 몰라"

정 차장은 부서 내 사정부터 윤 부장의 교육내용까지 상세하게 알려 왔다

그녀는 두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 같았다


그녀, 김 부장 부서로 편입되다


가끔 세간에서는 기획 부동산을 터부시 하는 보도가 잦았으나 그녀는 나름대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가끔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주변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주변 동료들의 성실한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주부 사원들이 많았다

사회에 패악이 되는 일을 절대로 못할 평범한 엄마들이었다

작은 사업체를 경영하며 제법 부를 쌓은 막냇동생이

이미 기획 부동산에서 땅을 샀는데 속은 것 같다며 걱정할 때도

서운하기는 했지만 발 빠른 동생의 정보력을 부러워했다

그녀가 부동산 회사에 근무한다는 말을 들은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는

그녀의 사무실을 일부러 찾아와 주기도 했다

동창회에서 죽마고우였던 친구가

"너, 꼭 그 일 해야 하니? 한 달 생활비 얼마 드는데?" 했을 때는 아니꼽기는 했지만 꾹 참았다

일 년 후,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그래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 하면서 비상금을 털어 남양주 땅을 샀다

억지로 권하거나 무리를 하지도 않았다

그만그만한 살림에 약간의 여윳돈들을 가지고 있을 때이니

소액 투자의 기회는 서민들에게 꿈을 안겨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 한국인의 정서에는 '내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 일도 없는 것 같다

세간에 떠도는 기획 부동산의 비리 문제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어느 사회이든 잘못을 저지르는 일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구더기 무서워 장 안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렵지 않게 몇몇 계약을 쓸 수 있었고 회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 부장이 상무로 승진한 후 윤 부장을 따라 떠난 사람들이 있어 부서는 썰렁했다

최 상무 부서에서 부장 승진이 되었다는 김 부장이 최 부장 부서를 흡수 통합했다

최상 무 방침과 대동소이해 그녀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기존 직원과의 마찰은 어쩔 수 없었다

텃세라고 할까?

김 부장이 편입된 직원들에게 신경을 쓸수록 김 부장 부서 직원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그녀의 부서에서 3명, 기존 직원이 3명이었으니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승진 한지 얼마 안 된 김 부장은 아직 최상 무의 비호가 필요했으니

편입된 부서원들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었고 기존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다행히 그녀가 부서 이동 후 김 부장 부서에서 첫 계약을 터뜨렸다



부서 이동 후 그녀의 첫 계약


제주도 땅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바지였고 집을 지을 수 있게 기초 작업이 된 곳이다

교회에서 우연히 그녀의 통화를 듣고 있던 박 권사가 말을 걸어왔다

마침 제주도가 제2 공항 건설 문제로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다

박 권사는 친정이 부자였다

남편은 고지식하여 재테크보다는 일에 충실한 편이고 집안 경제는 박 권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친정의 도움을 받으며 그녀는 부동산에 꽤 많은 투지를 하였고 비교적 성공적이어서 탄탄한 살림이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도 박 권사가 직접 지은 것이다

목 좋은 곳에 5층 다세대 주택을 지어 세를 받고 있으니 수입이 짭짤하고

자신이 붙은 박 권사는 남양주에 다세대 주택 부지를 물색해 놓기도 했다

남양주 다세대 주택 부지도 집을 짓기도 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어

박 권사는 재미가 붙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월세 받으면서도 매일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남양주 땅에도 이미 건축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이다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재산이 보이는듯했다

이제는 제주도에 별장 하나쯤 있어도 좋을 듯했다

예쁘게 지어 펜션 운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박 권사의 관심이었다

최 상무가 나섰다

두 필지 밖에 안 남았으니 빨리 입금을 해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권사는 다음날 미국에 있는 딸에게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일주일의 여정이었다

최 상무가 난색을 표했다

일주일 후면 땅이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럼, 내가 가계약금 입금해 놓을게, 권사님이 미국 다녀와서 땅 보고 괜찮다 싶으면 계약하는 게 어때?

마음에 안 들면 가게 약 금은 돌려받을 수 있거든, 그냥 포기하기엔 아까우니 잡아 놓지 뭐,

마음에 들지 모르지만 기회는 있어야지"

내가 말했다

"정말? 그래도 돼, 지금 내가 딸 생각에 정신이 없거든,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일주일 후에 돌아오니 그때 땅 보러 가자" 박 권사가 대답했다

일주일 후 그녀는 법무사를 대동하고 회사에 왔다

제주도의 발전 가능성부터 우리 필지의 장단점까지 자세한 브리핑이 있었다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녀도 늘 듣던 교육내용인데 새삼스레 좋아 보였다

자금만 마련할 수 있다면 그녀도 사고 싶었다

그녀도 박 권사도 흥분했다

법무사는 "서류상 하자는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해도 무리는 없습니다만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저는 모릅니다 그건 사모님이 판단하실 일입니다"

500평, 단필지, 일억 남짓한 금액을 일시불로 치르고 그녀는 계약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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