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여름에 마시는 커피

by 우선열

이열치열이라 합니다

더울 때 더운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난 후 시원해지는 기분,

그건 그냥 시원한 것만은 아닙니다

몸이 가벼워지는 산뜻함이지요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당장은 시원해지는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더워지는 것 같거든요.


요즘엔 어디나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어서요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실내에 들어서면 곧 시원해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시원하고요

버스 승강장이거나 지하철 승강장에도 냉방 시설을 갖춘 대기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책을 나가거나 하는 긴 외출이 아닌 이상 30분 이상 더위에 노출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운동 삼아 걷다가도 일단 실내로 들어오면 잘 갖추어진 냉방 시설 덕에 곧 시원해집니다

굳이 냉커피를 마실 이유가 없습니다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젊은이들 보기엔 좀 이상해 보이나 봅니다

요즘은 시원한 실내뿐 만 아니라 엄동설한에도 '얼죽아'를 외치는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젊은 혈기가 부럽지만은 않습니다.


6월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커피숍에서 커피 주문을 했습니다

당연히 따뜻한 커피를 기대했건만 얼음이 잔뜩 든 아이스커피가 나와버렸습니다

젊은 직원이 주문을 받았거든요

그 흔한 키오스크가 아니었습니다

어리 둥절 해 있는 우리보다 주문받은 젊은이가 더 당황하더군요

곧 주문을 확인하지 않은 직원 잘못이라면서 더운 커피로 바꿔 주더라고요

젊은이들은 아이스커피가 나이 든 사람들은 더운 커피가 좋은 겁니다.

우리끼리 한참을 설왕설래, 아이스커피냐 더운 커피냐를 가지고 말이 많았습니다

결론은 버킹검. 우리는 만장일치 커피는 역시 더운 커피라고 결 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커피는 마시기 전에 음미하는 커피 향이 일품이지요

뜨거운 커피에서 솔솔 퍼지는 더운 김과 함께 코 끝을 간지럽히는 진한 향,

그게 커피의 묘미입니다

아이스커피는 커피 향도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

솔솔 퍼지는 커피 향이 아니라 커피 컵에 코를 처박아야 겨우 커피 향을 알 수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의 승리입니다.


입맛 예민한 사람들은 커피의 미묘한 맛 차이를 즐긴다 하지만

나같이 감각 둔 한 사람은 커피 맛은 그냥 쓰거든요

맛보다는 향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커피 맛을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지요

삼박자 커피, 요즘은 믹스 커피라 하지요

설탕과 프림의 비율을 적당하게 맞추면 아주 맛있는 커피가 됩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믹스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커피 광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내게는 탕약보다 쓰기만 하더라고요

아이스크림에 에스 프레소를 끼얹으면 아주 맛있어지긴 해요

아포 카도라고 커피숍에서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달고 쓰고 시원하고 따스한 상반되는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여름 날씨와 비슷합니다

덥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태양이 이글 거리기도 합니다

이럴 땐 비도 시원하지가 않더라고요

습한 기운이 열을 몸에 달라붙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끈적끈적. 높은 불쾌지수를 만듭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듯합니다

시원한 커피로 일시 몸을 식히는 것도 좋지만 일단 냉방시설로 땀을 걷어 낸 다음

더운 커피를 한 오금 마셔 보세요


우선 커피 향기가 의식을 깨웁니다

발자크의 말이지요

커피 향이 마치 기병대의 기습 공격 같다는 절묘한 표현입니다

이렇게 좋은 글은 아무나 쓰는 건 아닌 것도 같습니다

발자크는 하루 40~40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하루 16시간을 글 쓰는 일에 매달렸다 합니다

대부분 도박 빚을 갚기 위함이었다니 조금 아이러니하기는 합니다

아름다운 문장이 나온 환경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하루 사오십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도, 열여섯 시간 이상을 앉아서 글을 쓰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하루 서너 잔의 더운 커피로도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여름 더위도 물리치는 뜨거운 커피 한잔

아이스커피와는 달리 몸도 가벼워지는 듯합니다

이열치열의 묘미입니다.

조금 힘든 일이 생겨도 피하려 말고 맞서 보라는 여름이 주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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