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새 이윤진4
"아이스 브레이크 축하합니다 "
의기소침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게 사장이 먼저 말을 건넸다
"과장님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시는 거 종종 봤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 곧 차장 진급도 하고 부서장을 맡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의외의 친절한 말에 어리둥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당혹스러운 내 표정을 보고 사장은
"아, 부서 이동을 원하셨다지요?
마침 최 부장이 본부장 승진을 하려던 참이었으니
그 부서 직원들 부서 이동시키려는 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윤 부장은 혹독하게 일시키는 편이라서
다른 직원들은 기피하는 부서인데 자원하셨네요
최 본부장도 직원들 부서 이동시키는데 짐을 많이 덜었을듯합니다
윤 부장은 장래가 촉망되는 직원을 얻었으니 더 열심히 해보세요
직원들 원성은 좀 줄여보고"라고 말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뒤 안 가리고 했던 말들이 파문이 되어 실직 위기까지 갈 뻔했다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 전화위복이 되기는 했지만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니 조직의 룰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소문 들으셨겠지만 저는 제 스타일대로 따르지 않으면 같이 일 안 합니다
자존심 운운 안 하고 내 스타일대로 기초부터 다시 배우실 생각이라면 자리에 앉으세요"
윤 부장은 첫 마디부터 온화한 최 부장과는 달랐다
개척영업의 달인이라는 별명과 괴물이라는 별명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출발했건만 윤 부장과의 시간은 사투 같았다
70 명 직원이 앉아 있는 업자에서 전 직원이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상품설명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타부서 직원들의 원망 섞인 눈총을 받으며 일어서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지체 없이 윤 부장의 금속성 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왔고
지휘봉이 책상을 쳤다
10 수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태한 생각이 들 때마다
윤 부장의 지휘봉이 책상을 치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공감대 형성 자금 파악 입금 작업 마무리까지 한 단계 한 단계를 철저히 가르쳤다
목이 아프고 귀에서 진물이 날 정도로 전화 작업을 해야 했다
아직까지 난청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혹독한 훈련이었지만 하루하루 전화영업에 자신이 붙어 갔다
고객과의 통화에 첫 음절만 들어도 고객 상태가 파악되는 것 같았다
가능성 있는 고객이 발견되면 윤 부장의 지시대로 공감대 형성, 자금 파악에 들어간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맞아 떨어지며 계약이 이루어졌다
물론 알맞은 고객을 찾으려면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수많은 통화를 해야 하지만
필요한 고객을 찾기만 하면 거의 실패 없이 계약을 이루어 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자신감이 생기니 재미있기도 했다
한사람 한사람 고객이 늘어 날 수록 주머니도 두터워졌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었다
딸의 피아노 독주회에 예쁜 드레스를 사 입히고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최신 사양의 컴퓨터를 장만해준 아들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는
어떤 고난을 치르더라도 감내해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