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77

60생 유정애 2

by 우선열


마침 부활절을 앞둔 모임 날이었다

사무실에는 부활절 달걀처럼 예쁘게 장식된 달걀이 한 바구니 놓여 있었다

우리 모임 식구뿐만 아니라 부동산 회사 직원들 몫까지 거의 50개 정도였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계란을 삶아 하나하나 50개 정도의 달걀에 정성껏 그림을 그리느라

밤샘을 했노라며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우리도 삶은 달걀이 아니라 그녀의 정성을 먹는 기분이었다

회원에게 달걀을 선물 받은 부동산 직원들도 뜻밖의 호의에 감격했으며

즉석에서 작은 다과 파티를 마련해 주었다

회사 직원과 회원들이 하나가 되는 즐거운 자리였다

서로의 입장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정애 씨는 부동산 동호회를 관리하는 특별 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다

회사에는 우리 같은 부동산 동호회가 여러 개 만들어지고 있어

전담 관리 직원이 필요한 참이었고

친화력 있고 열정적인 그녀를 낙점한 것이다

정애 씨도 뛸 듯이 기뻐했고

우리도 왠지 회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동산 공부도 할 겸 정애 씨를 도와주기 위해

다른 모임에도 참석해 보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목요 모임은 회사를 위한 봉사활동도 계획할 정도로 활기 있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정애 씨는 커리어 우먼 모습을 갖추어 갔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우리에게는 마중물 같은 자세였다

우리들 중 누구 하나 안색이라도 흐린 날에는

마치 본인의 책임인양 온갖 정성을 다해 기분 풀이를 해주곤 해서

목요회는 동호회라기보다는 친인척 모임 같았다

시시콜콜 개인적인 사생활은 물론

집안의 숟가락 숫자까지 꿰고 있을 정도였다



행복도시가 만들어져 부동산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미 세종시 근처의 토지는 상종가를 누리고 있었고

회사에서는 몰려들 공무원들을 위한 주거시설이 대폭 부족할 것이라며

세종시 근처의 임대 아파트 재분양을 시작했다

시설이 노후화되긴 했지만 오래된 건축물이니 재건축이 임박했고

부지가 넓어 토지 비율이 높으니 재건축의 경우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적은 금액으로의 투자가 가능하며

노후화되긴 했지만 수리를 해 놓으면 당장 임대수익도 가능하니

대출을 받더라도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담보대출이 기능하니 개인적인 대출의 부담은 없다고도 했다

적은 금액으로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월세 나오는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밀에 귀가 솔깃해졌다

세를 놓지 않고 공기 좋은 한적한 곳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라도

그리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우리는 한 채씩 분양받아 노후에 모여살자며 희희낙락 즐거웠다

1가구 2주택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니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궝먹고 알 먹는 기분에 도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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