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정승처럼

by 우선열

나는 황희 정승 형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박물관처럼 수집해 놓은 것들을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환호 먼저 나온다.

수집에 들인 정성에 열광한다.

맥시멀리즘이다

그에 못지않게 여백의 미도 좋아한다

절제된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사이에 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옳다던 우리 속담도 그냥 있는 건 아니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미니멀리즘과 멕시멀리즘

서로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일 수 있다.

비우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채워야 만족스러운 때도 있다


꽃과 책과 하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책들 중에 한 가지만 고를 수는 없다

책마다 말하고 있는 것들이 다르다

다른 것들을 같이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피어나는 꽃들도 마찬가지이다

청초한 꽃과 화려한 꽃,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

들판에 핀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온실 속 화초는 태생이 다르다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도 그때 그때 가장 아름답다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의 흔적이 있다.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의 기운이 서린 아침 하늘,

하루를 달리는 시간과 함께하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

마지막 석양에 물들 때까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다

이들을 즐기는 취향이 하나일 수는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학구열을 불태울 수 있는 전문 서적, 문학적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아름 더운 글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용 서적, 삶에 대한 고찰을 담은 철학서적들, 책이 하나일 수 없고

장미와 백합과 연꽃,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피어나는 모습도 각각 다르다

봉우리와 만개한 꽃, 훨훨 지고 마는 모습까지 그때그때 다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져 있는 내 책상 위를 사랑한다

책꽂이에 정연하게 꽂아 있는 책, 잘 정리된 문구들, 향기로운 커피 한 잔,

햇살 가득한 창들이 내가 꿈꾸는 책상이지만

책들은 손에 닿을 수 있게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에 나뒹구는 필기구도 손을 뻗치면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서랍 속에 진열된 문구는 문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한 잔의 커피도 때로는 달게, 어쩌다 우유를 섞기도 하고 가벼운 스낵과 함께 하기도 한다

창가에는 태양이 떠오르기도 하고 설핏 지는 해를 볼 수도 있다

검은 구름이 지나고 폭풍우가 몰려올 때 묘한 카타르시스에 젖기도 한다

햇살 바른 창가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 한다.

살아 있는 한, 움직여야 하고 변해야 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황희 정승형, 그때그때 달라지는 내 취향,

그래서 삶은 살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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